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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Nov 29. 2024

모래의사의 쓴맛 없애기 1

“요즘 입맛이 통 없어 왔습니다.”

모래의사는 남자의 혀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믿고 오신 거죠?”

“네.”

“그렇다면, 좋습니다!”     


모래의사는 손에 든 지팡이로

갑작스럽게 남자의 어깨를 세게 '툭' 쳤다.

남자는 끓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참았다.

‘이게 무슨 치료법이람...’

    

“제가 미우신가요?”

“아, 아닙니다.”

그 순간, 남자의 입에서

검은 모래가 쏟아졌다.

바닥에 쌓인 모래 속에서

뱀 한 마리가 꿈틀거렸다.   

  

“이게 보이십니까?

당신 안에 있던 화입니다.”

지팡이로 모래를 휘젓던 의사는,

노려보던 뱀을 건져 사라지게 했다.   

  

모래의사는 사과를 남자에게 건네

한 입 베어 물게 했다.

“쓴맛이 조금 빠진 것 같죠?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치신 거예요?

”화를 내보내는 데는 충격이 필요해서요.

“다른 사람에게는 화를 낼 수 있는데,

저에게는 안 그래서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죠?”

모래의사는 웃으며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누가 화를 돋우더라도

참아보세요.

가족이던,

지인이던.

미운 사람일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그러면 쓴맛이 하나씩 사라질 겁니다.

음식뿐 아니라 삶에서도요.”


모래의사는 빈 유리병을

남자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누군가 화를 돋울 때 유리병을 여세요.

화를 부추긴 생각이 담길 거예요.

검은 모래가 담기면 뚜껑을 닫으면 됩니다."

"네."

남자는 유리병을 가슴에 꼭 안았다.


"잊지 마세요!

화를 참아야 모래가 담깁니다.  

화가 줄면 쓴맛도 줄 거예요.

이 안에 든 모래도 그렇습니다.


병에 담긴 생각들이

모래처럼 사라지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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