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입맛이 통 없어 왔습니다.”
모래의사는 한 남자의 혀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믿고 오신 거죠?”
“네.”
“그렇다면, 좋습니다!”
모래의사는 손에 든 지팡이로
갑작스럽게 남자의 어깨를 세게 '툭' 쳤다.
남자는 끓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참았다.
‘이게 무슨 치료법이람...’
“제가 미우신가요?”
“아, 아닙니다.”
그 순간, 남자의 입에서
검은 모래가 쏟아졌다.
바닥에 쌓인 모래 속에서
뱀 한 마리가 꿈틀거렸다.
“이게 보이십니까?
당신 안에 있던 화입니다.”
지팡이로 모래를 휘젓던 의사는,
노려보던 뱀을 건져 사라지게 했다.
모래의사는 사과를 남자에게 건네
한 입 베어 물게 했다.
“쓴맛이 조금 빠진 것 같죠?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절 치신 거예요?
”화를 내보내는 데는 충격이 필요해서요.
“다른 사람에게는 화를 낼 수 있는데,
저에게는 안 그래서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죠?”
모래의사는 웃으며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누가 화를 돋우더라도
참아보세요.
가족이던,
지인이던.
미운 사람일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그러면 쓴맛이 하나씩 사라질 겁니다.
음식뿐 아니라 삶에서도요.”
모래의사는 빈 유리병을
남자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누군가 화를 돋울 때 이 유리병을 여세요.
화를 부추긴 생각이 담길 거예요.
검은 모래가 담기면 뚜껑을 닫으면 됩니다."
"네."
남자는 유리병을 가슴에 꼭 안았다.
"잊지 마세요!
화를 참아야 모래가 담깁니다.
화가 줄면 쓴맛도 줄 거예요.
이 안에 든 모래도 그렇습니다.
병에 담긴 생각들이
모래처럼 사라지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