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서 시민들에게 텃밭을 분양해 주는데, 3월에 분양 공고가 나간다. 이번에 다시 당첨이 돼서 채소를 키우게 됐다. 그 텃밭에서 생긴 일이다. 딸과 텃밭에 함께 갔다. 나는 물을 주고 딸은 집에서 싹을 틔워 가져온 아욱을 심었다. 나는 분양받은 텃밭 두둑 주변으로 탐스러운 돌나물이 모여 있는 걸 발견했다. 뜯어 가져가면 몇 끼 반찬을 해 먹을 정도였다. 내가 손아귀에 잡을 정도로 한 줌 뜯고 있는데, 딸이 내 손에서 돌나물을 뺏으려고 했다. 나는 순간 절대 놓지 않으려는 마음이 들어 딸을 피했다. 딸은 텃밭 고랑을 밟고 신발에 흙이 묻고 축축이 젖는데도 심지어 텃밭 가장자리를 밟으면서도 내 손에 있는 돌나물을 뺏으려고 했다.
나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연신 “텃밭, 밟지 마!”라고 외쳤고, 딸은 “엄마가 거지야! 그냥 버려! 여기서 어떤 식물도 캐 가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하며 다른 텃밭에도 사람들이 있는데 엄마에게 무안을 줬다. 나는 창피하기도 하면서 자존심도 상해 절대로 돌나물을 딸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
과거 친정엄마한테서 느꼈던 상황도 생각났다. 이해시키지 않고 무조건 나무라고, 엄마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무조건 나한테서 뺏으려고 했다는 느낌이 확 마음에 올라왔다. 딸이 친정엄마같이 느껴졌다. 갑자기 서러워졌다. ‘늘 나는 엄마한테 빼앗기며 살았어!’
돌나물을 악착같이 사수하려는 내가 창피할 만도 한데, 그냥 한주먹 거리밖에 안 되는 돌나물을 그냥 버리면 되는데 나는 친정엄마보다 딸한테 빼앗기면 더 빼앗기는 거고, 자존심이 더 바닥난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 돌나물이 뭐라고! 이렇게 제 엄마의 자존심을 구기나!’ 나는 누가 보든 말든 딸한테 빼앗기지 않고 비닐 가방에 돌나물을 넣었다. 딸은 씩씩대며 혼자 집으로 갔다. 나는 돌나물을 손에서 놓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지도 않았다. 왠지 찜찜했다.
내가 잘못했나? 조금 뜯어가는 것은 괜찮은데, 예전에는 가져가도 뭐라고 안 했는데. 미나리며, 쑥, 돌나물이 잡초처럼 주변에 자라는 것이고, ‘일부러 심은 텃밭 안에서 훔쳐 가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야박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2번 텃밭에 당첨되어 텃밭에 채소를 심어서 수확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는 주변 할머니나 아줌마들이 나물 반찬한다며 텃밭 안은 말고 주변에서 뜯어가는 것은 뭐라고 안 했었다.
이번에 텃밭을 사용하는 지침에 대해서 들으러 이곳에 왔을 때는 달랐다. 텃밭 주변에 자라는 모든 풀이든 나물을 가져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조금 뜯어가는 것은 괜찮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또다시 금방 자랄 텐데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적당히 내 텃밭 바로 위 두둑에 난 돌나물을 한 줌 정도 뜯어가 집에서 심고, 더 자라면 먹으려고 했는데 내 마음을 딸이 전혀 이해를 못 해줬다. 너무 고지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딸이 절대 안 된다며 빼앗으려고 할 때는 절대 빼앗길 수 없는 마음이었지만 혼자 생각하니, 아이한테 원칙을 가르쳐야 하는 엄마가 조금은 가져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삐쳐서 집으로 돌아가는 딸을 붙잡으며, 보라고 손에 든 돌나물을 땅에 버렸다. “돌나물 여기 그대도 놔두고 간다!” 그렇게 해도 딸의 기분이 나아지진 않았다. “엄마, 나빠!” 하며 혼자 갔다.
나는 동네 할머니들이 좀 뜯어가는 게 나쁜 건가? 분양된 텃밭 말고 주변에 난 잡초라 할 수 있는 식물들을 뜯어가는 건데. 바람에 실려서 온 씨앗이 땅에 자유롭게 내 집 되어 들어가 살면서 가족을 수없이 늘린 건데,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보고 가져가라고 하는 식물의 마음인데, 그것도 사람들이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하면 시들어 죽어가는 지천에 핀 나물 될 만한 식물들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으라는 것인가? 그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4년 전만 해도 텃밭 외에 자란 나물 될 만한 식물들을 뜯어가도 뭐라고 안 했는데…….
그리고 딸도 엄마를 좀 이해해 주면 어때! 그냥 빼앗지 말고 좀 엄마가 생각할 시간도 주고, 존중도 해주고 그래야 했다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긴 어렵다는 것도 안다. “엄마! 조금만 뜯어가고 다음엔 뜯어 가면 안 돼!”라고 예쁘게 얘기해 줘도 이해하고 내가 “알겠어.”라고 미안해할 텐데…….
나는 상상 속에서만 바라본다. “아직 딸이 엄마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거야!”하고 마음을 추스르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는 길에 딸을 만났는데 딸이 아는 체를 안 했다. 아파트 화단에 쭈그리고 앉아 딸은 네 잎클로버를 찾고 있었다. 찾으면 뜯어서 손아귀에 쥐고 집으로 올 것이다. 그런 딸에게 똑같이 “안 돼, 네 잎클로버 버리고 와!” 할 수 없는 일이다. 딸은 엄마한테 그래도 엄마는 딸한테 그럴 수 없는 거다.
나도 돌나물 캐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텃밭을 관리하는 곳에서 절대 캐서 가져가지 말라고 했으니, 가져가면 안 되는 것이다. 그 이유가 어떻든 지침이라고 했으니까 그걸 따라주는 게 해야 할 일이지…. 나는 딸을 통해서 다시 한번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반성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