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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Jul 16. 2024

수영장에서 생긴 일 Ⅱ

피해야 되는 사람도 있구나!

올 2월 중순에 있었던 일이다. 예전 일은 잊고, 수영장엘 잘 다니고 있었다. 잠잠하던 호수 같은 마음에 다시 돌을 던지며 쳐들어온 수영선생님 사건 2탄이다.

저번에 혼났을 때는 자유형 팔 꺾기 동작이 잘 안 되는 거였고, 이번에는 배영이 말썽이었다. 집에서 거울 보며 열심히 연습하는 내 마음을 선생님이 알았다면 부드럽게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더 격려하며 잘해주고 싶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팔을 제대로 좀 돌려욧!”

선생님의 지도가 가르쳐주는 말이 아니라 내 행동이 꼴 보기 싫어서 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래도 참아야지. 0.1%라도 날 위해서 그러는 거니까.’

기분은 상했지만 나도 잘 안 되는 걸 어쩌랴! 꾹 참고 집에 돌아왔다. 주말이 지나면 다음 주부터 다시 다녀야 하는데, 수영장엘 가고 싶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다시 기도를 했다.

'어떡하면 좋을까? 계속 다녀야 할까? 다니지 말까?’

고민이 됐다. 그래도 선생님과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수영장엘 가면 또 혼날게 뻔했고 그걸 감수하며 다녀야 한다.


‘선생님과 따로 만나서 커피라도 한 잔 하며 얘기해 볼까? 아니야! 뭘 그렇게 까지...’

나는 계속 수영장에 다닐지, 안 다닐지를 고민했다. 한 번은 수영을 건너뛴 상태였다. 2월 말이라 수영 재등록을 해야 했다. 나는 재등록 마지막 날이 23일인데 22일과 마지막 날에 노트북을 켜서 체육센터 주소로 들어가 재등록을 하려고 했다. 선생님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래도 그 선생님과 어떻게든 잘 지내면서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 이것도 미션이라고 생각하며. 그런데 사이트는 들어가지는데 등록 버튼만 눌리면 화면이 인터넷이 끊긴 것처럼 먹통이 됐다. 마지막 날이었는데 이날 아침에 센터에 전화를 했다.




담당 직원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놀라더니 알아보고 전화를 준다고 했다. 연락이 왔는데, 9시에 들어가서 그렇다며 등록 시간은 10시부터 시작이 되니까 그 시간 이후에 들어가 보라고 했다. 그래서 센터 말대로 10시 20분에 사이트에 들어가서 재등록을 하려고 했는데, 번번이 안 되는 것이었다. 노트북도 안 되고 핸드폰으로도 안 되었다. 나도 이런 일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귀신이 곡 할 노릇이네!'     

나는 밤 12시 전까지만 등록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점심, 저녁에 생각날 때마다 들어가서 몇 번 시도를 해봤는데도 안 됐다.


‘무슨 일이지?’

12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마음이 급했다. 11시 반이 넘었을 때였다.  

‘마지막이다! 이번에도 안되면 등록하지 말라는 걸로 알고 안 하겠습니다!’

나는 기도하면서 삼 세 번을 생각하고 마지막 재등록 버튼을 눌렀다. 역시나 안 됐다. 여태까지 돼 왔던 일이 안 되다니,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 그리고 인터넷이 안 되면 직접 체육센터에 찾아가면 되는데, 그 생각이 하필 나지 않았던 것도 신기했다.

‘어쩔 수 없지, 당분간 쉬어야 되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잊었는데, 며칠이 지나 신규 등록하는 날에 다른 방법이 생각났다.


맞아! 다른 시간대에 등록하면 되지!’

나는 체육 센터 사이트에 들어가서 신규회원으로 등록했다. 신규 회원을 모집하는 두 자리가 남아있었다. 시간대를 다르게 등록한 거였다.     

나는 기도한 대로 이렇게 되게 해 주시려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게 미션이라고 생각했는데, ‘피해야 되는 경우도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수영장에서 회원과 수영선생님과의 관계는 깊지 않다. 서로 만나서 가족이나 친구처럼 서운한 감정을 좋게 풀어간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수영장 안에서의 서로의 대화가 수영을 잘하는지, 못 하는지만 그리고 가르치고 배우는 입장만 되는 게 아쉽긴 하다. 수영장 안에서 물을 가르며 쉼 없이 수영을 해야 하는 것도 수영선생님과 회원 간에 정을 쌓기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알기에, 나는 다른 시간대에 다른 선생님 반에서 수업을 받게 됐다.     

3 레인에서 한 달 배우다가 4 레인으로 가게 됐고 잘 적응하고 있다. 못해도 혼 내기보단 격려해 주는 선생님을 만나서 별 탈 없이 배우고 있다. 나는 잘해보라고 격려해 주시는 선생님이 맞나 보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느 부모든 이런 사정을 다면 자식이 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무조건 혼나는 자리에 있게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선생님도 가정에선 엄마라고 했다. 회원을 가르치는 것보다  부모 마음으로 대해주는 게 중심이 되길 바람 해본다. 그러면 선생님도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선생님의 가르쳐 주는 방법에 따라서도 회원들의 이해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알아주면 좋겠다.

선생님도 가르쳐주는 게 기쁘고, 회원들이 선생님을 인정해주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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