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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Jul 23. 2024

세 번의 식사 2

친정 엄마의 마음

두 번째 식사(1/9)

집에서 가까운 롯데몰 언더씨킹덤에 가서 동생네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편이 제 챙겨주라며 준 용돈을 어제 동생에게 주었는데, 동생이 고마워서 점심을 산다고 했다. 나는 돈가스 세트 메뉴와 돈가스와 우동에 돈가스를 추가하고 싶었는데, 동생은 무시하고 주문했다. 나는 큰딸이 올 걸 예상하고 돈가스를 하나 더 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이날은 그야말로 내 앞에는 아무 음식도 없었다. 아이들과 놀면서 커피를 마신 탓에 배가 아주 고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서운함은 있었다. 동생이 고집만 세우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제 식사를 같이 하면서 느낀 게 있는 터라 그때만큼 기분이 상하진 않았다.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큰딸이 와서 큰딸의 돈가스와 막내와 조카가 먹고 있는 세트 메뉴의 음식을 덜어 먹으며 서비스로 나온 샐러드와 환타로 배를 채웠다.

동생은 나와 다르게 음식 남기는 걸 싫어하는 성향이고, 자신이 주문한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나는 더 시켜야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고 봤는데, ‘서로 생각이 달라서 그런 걸 뭘.’ 서운한 감정이 연기처럼 스쳐 지나갔다.     




1/10일

동생네는 2박 3일 우리 집에서 지냈는데, 뮤지컬 공연을 보고 친정에 내려갈 참이었다. 나는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립밤과 치약을 만들어서 줄 참이었다. 최근에 화장품 만드는 걸 배워서 스킨로션도 만들어서 쓰고 있었다. 나는 동생과 함께 만들에서 나눌 생각이었다. 립밤 16개와 치약을 6개 만들었는데 동생이 모두 자기 가방에 챙겨 넣었다.

‘나한테는 물어 보도 안 하고.’


나는 어제 동생과 같이 찍은 사진을 핸드폰으로 넘기며 동생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동생 모습이 아빠와 똑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자주 아빠가 욕심이 많다고 말하시곤 했는데,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 또 기도하는 시간이 왔구나!’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 마음을 알 것 같고, 한편으로는 동생을 챙겨주는 것이 엄마가 딸에게 해주고 싶은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지병으로 아파 누워계셔서, 늘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시지.

'내가 엄마 마음이면 되지 뭐-. 우리 집에서 이것저것 챙겨가는 게 친정에 와서 그런 거야, 뭐가 달라!'

딸들이 크면 가끔 집에 올 때 친정에 있는 것 바리바리 챙겨간다는 데,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것을 알고 이해했다.

“언니,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내가 조건 없이 주겠다는 마음이 드니까 헤어질 때 동생이 고맙다고 몇 번을 얘기해 주었다.

‘미안하게 시리.’


동생은 전철에서 헤어지며 아쉬워했다. 동생은 친정으로 가고 나와 막내딸은 집으로 향했다.   

무료 공연 티켓이 생겨서 동생네와 뮤지컬을 보러 간 것이었는데, 나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연이라 좀 지루해 졸기도 했지만 막내와 동생네는 만족해해서 다행이었다.     


   




동생이 친정에 도착해서 전화를 했다. 동생이 다시 한번 이것저것 챙겨줘서 고맙다 했고, 남편에게 일일이 얘기하며 자랑했다고…. 내가 더 동생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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