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유치원에 보내고 배우기 시작한 수영을 지금까지 배우고 있다. 14년은 된 것 같다. 처음엔 물을 두려워해서 피하다가 생존 수영 겸 배웠는데, 지금은 운동 삼아 다니고 있다. 다니는 동안 이것저것 배운다고 띄엄띄엄 다녀서 2 레인에서 3 레인으로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2023년에 3 레인으로 간 것 같다. 지금은 오리발 수영을 배우고 4 레인에서 다이빙 배우는 반에 있다. 수영이 재밌어졌고, 걷기 운동은 시간 맞춰서 하지 못하는데 꾸준히 하고 있어서 나에게는 적격인 운동 같다.
2022년 11월의 그날도 몸을 풀러 간다는 마음으로 갔었다. 그런데 잔잔한 호수 같은 마음에 돌을 던지는 이가 있었다. 수영 선생님이었다.
자유형 팔 꺾기 동작을 배우고 있는데 킥판을 사용하여 동작을 익히고 있었다. 선생님이 가르친 대로 한다고 생각하고 팔을 구부려 킥판 아래로 팔을 넣으며 열심히 팔 꺾기를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나를 붙들더니 킥판을 ‘확’ 뺏는 것이었다. 나는 선생님에게 아무 감정이 없는데 말이다.
“팔 꺾기도 못하면서 킥판이 뭐가 필요해!”
하며 성질을 부렸다. 그러고는 나부터 뒤로 오는 아줌마들은 킥판을 빼고 하던 대로 알아서 수영하라고 했다. 나는 기분이 나빴지만 2 레인을 한 바퀴 돌고 왔다.
선생님이 기분이 다 안 풀렸는지 한 바퀴 돌고 온 회원들을 다 모으더니 설교했다. 배영 할 때 팔을 꼿꼿이 일자로 펴서 돌려야 하는데 말해도 안 된다고 하며 처음엔 존댓말로 시작해서 반말로 이어지며 혼을 냈다. 그러면서 나를 지목하며 무안을 줬다. 킥판 뺏은 것도 참았는데…. 여기서 시험에 들다니!
나보다 열 살 이상 어린 선생님에게 혼이 나니 정말 창피하고 갑자기 당하는 거라 말도 안 나왔다. 나는 무엇보다 선생님이 함부로 대하는 것에 상처가 컸다. 돌 맞은 기분이었다.
’ 팔 꺾기를 못한다고 이렇게 무시당해도 되나? 수영 못하면 이렇게 혼나야 하나?‘
나도 똑같이 대하면 수영장 분위기가 나빠질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큰 상처였고, 무엇보다 선생님의 말과 행동이 이해 안 됐다. 나는 화를 참으려 눌렀지만, 대꾸하게 됐다. 선생님이 말하는 동안 반존대로 ‘응’하며 선생님이 아닌 동격으로 대했다. 선생님은 뭐라고 하진 못하면서도 기분이 나쁜 눈치였다.
“한다고 하는데도 안 되네.”
나는 동격으로 말했다.
“그동안 오래 배웠잖아요!”
나는 그동안 자유형 팔 돌리기 동작을 많이 배우지 못했는데 선생님은 나를 모르고 하는 말이었다. 동아리 모임에다 이런저런 일로 자주 빠져서 이 선생님이 가르치는 동안 반 이상은 빠졌다. 그걸 모르고 선생님은 많이 가르쳐줬는데 그것밖에 안 되냐고 하는 거였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속으론 이렇게 생각했지만 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말았다.
나는 오십견이 온 것처럼 어깨와 팔이 아파서 병원에 다녀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에게 팔동작이 안 된다고 혼이 나서 좀 서럽기도 했다. 사람에 따라 배우는 속도도 다르고 몸이 아프면 팔을 꺾거나 접영 하는 것도 힘든데, 건강한 선생님은 회원들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팔동작을 예쁘게 해야 보기 좋다는 말만 했다. '나는 기술보다 운동하러 온 것인데….'
내 옆에 있는 아줌마가 가까이 와서 소곤대며 말했다.
“운동하러 왔는데 모양내러 왔나! 팔동작이 뭣이 중요해. 수영 선수도 아닌데, 그렇지?”
“맞아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줬다. 좀 위로가 됐다. 다른 회원들도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참고 있다는 걸 공감하고 나는 선생님에게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았다. 선생님도 가르치는 것만큼 따라주지 않는 회원들한테 속상하겠지만 회원들의 마음을 살피면서 지도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선생님 반에 있으면서 나 말고도 혼나는 사람을 봐왔기 때문에 ‘나만 상처받는 게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참게 되었고, 매번 화내는 선생님도 안타깝긴 매 한 가지였다.
“왜 가르쳐 주는데 못하지? 왜 그래요?”
하고 자주 묻지만, 회원들이 대꾸를 안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선생님도 무지 답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선생님에게 얘기를 안 하는 이유를 스스로는 모르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이젠 말을 돌려 다른 얘기를 했다. 수영할 때 근력운동이 중요한데, 팔을 뻗으면 팔이 불편할 수는 있지만 편하게 수영하려고 하면 안 된다. 좀 자기 몸을 괴롭혀야 운동이 되기 때문에 팔을 의식하며 꺾어야 하는 거라고 했다.
"팔이 아파서 그렇구나!"
나는 혼잣말처럼 작게 얘기했는데 선생이 알아듣고는 대꾸했다.
"그걸 또 그렇게 받아들여요!"
말이 안 통하는 거였다. 사춘기 선생님 같았다. 요즘 팔을 올릴 때 머리끝까지 올리기가 쉽지 않고 어깨도 결려서….
‘아, 팔 운동을 해야겠다!’
선생님도 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처럼 나도 선생 말이 들어오지 않았던 거네! 그동안 팔이 아프다고 하면서 운동을 안 했었어. 움직이지 않으려고만 했지. 나는 갑자기 선생님의 꾸중이 감사로 느껴졌다. 이 사실을 알라고 선생님에게 이런 긴 얘길 듣고 혼도 났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그날 하루를 잘 넘겼다.
‘수영 선생님도 수영은 잘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모르니 그럴 수 있지’
‘나도 선생님을 이해하자!’
이런 마음이 드니까 선생님을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다시 선생님 얼굴을 볼 용기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