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여. 그러니까 운 적 말고 울고 싶었던 적이여. 우는 거랑 울고 싶은 거랑은 엄연히 다르잖아여. 말투가 왜 이러냐구여? 그냥 좀 친근해보이자나여. 그만하라구여? 에잉 좋은데 왜여.
'울고 싶었던 적'이라 함은, 울고 싶은데 못 운 때만 해당 돼여. 슬픈 글이나 감동적인 글을 읽고 뿌앵 하고 울었던 건 해당 안돼여. 제 맘이에여. 물론 님 맘도 있어여. 저여? 그러게여. 언제일까, 생각보다 자주라서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울어버렸는지 아닌지 가물 가물 하기도 하고.
행복이 바로 눈 밑까지 차올라서 울고 싶었던 적은 있어여. 사실은 약간 고이기까진 했지만, 버스라서 펑펑 울 수는 없었어여. 월급 받은 걸로 가격 구애를 받지 않고 동생 생일 선물을 사줬는데, 동생이 너무 너무 고마워하는 거예여. 생각하니까 다시 코가 찡해지네여. 그게 뭐라고 그걸 그렇게 고마워하는지. 그게 뭐라고 난 그동안 그거 하나 못 해줬는지.
저희 둘이 나와서 산 지 벌써 근 10년이 다 되어 가거든여. 진짜 진짜 고생 많이 했어여. 아직 안정적이진 않아도, 아직도 매일 '우리 진짜 돈 많이 벌자!' 하더라도,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동생한테 무얼 해줄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되게 벅차오르고 만족스럽더라구여. 진짜 더더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서 더 잘해줘야지, 내가 가진 걸 선뜻 떼어줄 수 있는 삶을 살아야지, 이렇게 동생이랑 서로 예쁘게 채워주며 살아야지 했어여.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어서 계속 코가 찡해지고 눈 밑으로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는데, 사실 벌써 한 달이 되어가는 일이라 언어로 표현하기 쉽지 않네여. 쉽게 말해 포만감이었어여. 정말 평생에 이렇게까지 흡족한 포만감을 느낀 건 처음이에여. 물론 포만감 하나로 다 표현할 수 없긴 해여. 어딘가 모자란 작은 아쉬움이 있어서 '더 잘해주고 싶다', '더 사랑하고 더 나누고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 아닐까여? 행복해서 펑펑 울고 싶다는 감정은 정말인지... 다시 떠올려도 몽글몽글 자꾸 마음에서 작은 기포가 퐁퐁 솟아 나와여. 그래서 눈으로 퐁퐁 쏟고 싶었나 봐여.
고독하고 서글프고 우울하고 쓸쓸해서 울고 싶을 때도 있었져. 명확한 이유도 없이 울기엔 스스로가 너무 우스워서 울 수 없었어여. 내가 울지 않아도 주변의 습도가 알아서 올라가는 느낌을 받으며 저는 물 없는 곳에서 속으로 눈물을 참으며 익사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여. 혹시 님도 그래여? 아가미가 필요하진 않아여? 생각해보니 그렇네여. 차라리 아가미로 호흡했으면 괜찮았을라나? 왜 그런 책도 있었자나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이여. 앗 스포는 안해여. 그냥 의식의 흐름으로 인해 제목이 떠오른 것뿐. 물 없는 곳에서 익사하고 있을 땐, 내가 그대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여? 그냥 그대로 다음날까지 눈을 안 떠도 괜찮을 것 같고, 것도 아니라면 그냥 물거품처럼 없어져도 뭐 하나 바뀌지 않을 거 같아여. 아가미 호흡하면서 지느러미로 인간 세상에서 멀어져 가는 거져.
왜 항상 말은 이렇게 길어질까여?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어여. 그래서 최근에 가장 울고 싶었던 적은 언제예여? 행복해서? 슬퍼서? 만족해서? 안타까워서? 것도 아니면 아무도 모르겠는, 당신조차 모르겠는 그런 이유로?
알았어여. 물어보지 않을게여. 그만 울고 싶어 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