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다음 주 내 생일이잖아. 미리 선물해 주면 안 될까?
눈만 껌뻑거리는 울 서방님.
나 너무 읽고 싶은 책들이 있는데 주문한다.
너 내 생일선물 안 줬잖아.
그건 8월 적금 타면 삼십 주기로 했잖아요
(불쌍한 울 서방님 생일은 4월이었다.ㅜㅜ)
적금 얼만데?
얼마 안 돼.
골프채 다 바꿀 거야.
오빠. 그건 아니지.
네가 다 준대매.
아, 그건 내가 당선되면. 1등 상금이 500만 원이거든.
그거 당선되면 오빠 다 줄게.
나 돈 필요 없어. 당선만 되면 돼.
돈은 오빠가 다 가져. 골프채를 사든 옷을 사든. 다 가져.
결국 우리 서방님은 내가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던 책들을 결제하셨다.
나의 큰소리에 혹하셨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설마 내가 정말 당선될 거라고 믿는 건 아니시겠죠?
제주어문학상에 도전하려고 시를 쓰고 있다..
5편 제출인데 2편 쓰고 막혔다.
시골에서 책 읽기 동호회로 활동하는 동생말로는
요즘 글 좀 쓴다는 언니들이 다 매달려 있단다. 쓰고 고치느라 밭일할 시간도 없다는데
나처럼 어설픈 사투리로 뭘 어쩌겠다는지.
당장 동생에게 내가 쓴 시를 보여줬더니
빨간펜으로 지적질이 들어간다.
언니, 이렇게 말 안 해. 촌에서는..
나는 제주도사람이면서 제주도사투리를 잘 쓰지
못한다.
촌에 살았는데 촌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련되고 새침한 도시 사람도 아니고.
도대체 난 뭘까?
그런데 우리 서방님은 나의 뭘 보고 이렇게 올인을 하시는지.
오늘 블로그 이웃님의 글을 읽고 나서
서방님을 하루에 다섯 번 추앙하기로 했다,
혹시 울 서방님도 날 추앙하고 있나?
진짜로 내가 당선이 돼서 500만 원의 상금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매일 마시는 거지만 언제나 맛있는 김칫국.
나는 미리 당긴 생일선물에 기분이 좋고 서방님은 오백만 원이 생긴 것 같아서 골프채를 검색하니 신나고..
오늘도 선택은 조삼모사지만
서로 행복하니
기분 좋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