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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대하여

by 레마누

마음 1


-이영광-


인간들이 입에 칼을 물고 다니는 것 같아

말도 안 되게, 찌르고 베고 보는 거야

안 아프지도 못하면서

저 아프면 우는 것들이


예전에, 수술받고 거덜 나 무통주사 맞고

누웠을 적인데

몸이 멍해지고 나자, 아 마음이 아픈 상태란 게 이런 거구나 싶은 순간이 오더라고,

약이 못 따라오는 곳으로 글썽이며

한참을 더 기어가야 하더라고


마음이 대체 어디 있다고 그래? 물으면

몸이 고깃덩이가 된 뒤에 육즙처럼 비어져 나오는

그 왜, 푸줏간 집 바닥에 미끈대던 핏자국 같은 거,

그 눈물을 마음의 통증이라고 말하고 싶어


살아보면, 원수가 왜 식구 중에 있을까 싶은 날도 있지만

피가 섞였다는 건 말이지, 보조 침대에 구겨져

새우잠을 자는 식구란 말이지, 같은 피 주머니를 나눠 찬 환자라는 걸

마음이 우니까 알 것 같더라고

그게 혈육이더라고


세월호 삼보일배가 살려고, 기어서 남녘에서 올라오는데

잃은 아이 언니인가 누나인가 하는

그 여린 아가씨

죄 많고 벌 없는 이곳을 뭐라 부를까

내 나라라는 적진을 부러질 듯 오체투지로 뚫으며

몸이 더 젖고 더 해지는 동안,

거기 세 든 마음이란 건 벌써 길 위에 길처럼

녹아버렸겠다 싶더라고


마음이란 거 그거, 찌르지 마, 자꾸 피가 샌다고

중환자실 천장에 달려 뚝뚝 떨어지는 피 주머니 같은

그것에게

칼질 좀 하지 마

그 붉은 것, 진통제도 무통주사도 안 듣는 거라고.


출처 : 픽사베이


종일 마음을 달고 다녔다.

손이 바들거리고, 식은땀이 났다. 가슴이 뛰고, 얼굴이 따끔거렸다.

일부러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좋은 생각을 하자고, 당장 할 일을 하자고 마음을 달래고 얼렀다.

어림없는 소리였다. 그 정도에 멈출 마음이 아니었다.

차례가 다가올수록 마음은 걷잡을 수가 없게 되었다.

피하고 싶은 마음과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그걸 잡고 있는 마음이

원망과 분노와 미움으로 가득 찬 마음과

희망과 기대와 사랑이 담긴 마음이 밀고 밀리며 팽팽한 싸움을 하는 사이

시간이 흘러갔다.

누군가 그랬다.

두려움은 기다림에서 오는 것이라고.

이럴 때 상상력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정적인 생각은 발이 빠르고, 긍정적인 생각보다 구체적이다.


사람은 자신의 불행을 과장하는 버릇이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픔이 있고, 나만 아는 아픔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에게도 공감받지 못한다.

내가 만든 나의 불행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감당하지 못할 고통 속에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만든다.

피가 뚝뚝 떨어져도 난 괜찮아.

속이 문드러져도 기어간다.

배를 밀며 앞으로 간다. 괜찮아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은 얼굴로 괜찮아라고 말한다

부탁이니 제발 말은 걸지 말아 주길.

괜찮아? 하는 순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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