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이면서 네가 아니지.
나는 너를 보고 듣고 느끼지만
너는 내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
너는 가끔 나를 부르고
나는 언제나 너만 생각하지.
너의 이름은 하나지만,
나는 네가 부르는 대로 이름이 바뀌지.
어린 네가 별을 꿈꿀 때는 별이었다가
더 이상 크지 않는 네가 땅만 보고 걸으면
나는 길가에 핀 꽃이고, 흙이고, 바닥이지.
네가 울면 나는 눈물로 떨어지고
네가 웃으면 나는 소리로 흩어져
나는 너이면서 네가 아니지.
너는 나를 찾겠다며 길을 나서는구나.
보지 못하는 눈으로
들리지 않는 귀로
무뎌진 손으로
그래도 가겠다고 길을 나서는구나.
기어니 너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구나.
나는 지금 여기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