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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Oct 19. 2023

정신건강의학과에 꼭 가야 할까요

번아웃에 시달릴 때 하게 되는 고민

오늘 편지는 제 안에 떠오른 의문에 대해 스스로 대답하기 위해 써보려고 해요.

어쩌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될지 모를 테고요. 


저는 지난 편지에서 번아웃임을 고백했습니다. 번아웃으로 인한 무기력감, 집중력 상실, 피로감, 우울감을 느낀 지 1년이 훌쩍 넘었다는 사실도요. 1년 동안 제 상태는 점점 나빠졌어요. 그걸 저도 알고 있었고 저의 가족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사진: Unsplash의Jack Anstey


무엇보다 번아웃이긴 하지만 이게 치료받아야 할 일이란 걸 자각하지 못했어요. 

"번아웃인가 봐요" 그러면 다들 "쉬엄쉬엄 해"라든가 "무리하지 마"라고 해요. 저도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무리하지 않기나 쉬는 시간 갖기 외엔 더 떠올릴 수 없었거든요.


사진: Unsplash의lilartsy


우울감이 있었지만 누구나 일하다 보면 일이 전개되는 방향에 따라 우울해지기도 하니까요. 누구나 살다 보면 기분이 처지거나 '아, 지겹다'라거나 '내일이 오는 게 기대되지 않는 순간'이 왕왕 찾아오니까요. 


고작 그런 상태로 병원을 가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정신건강의학과에 한 번 가게 되면 사는 동안 내내 가는 게 아닐까. 그냥 잠시 우울하거나 무력감이 들뿐인데 내가 일을 키우는 게 아닐까. 분명하지 않았던 것에 이름을 명명하게 되면 더 뚜렷한 그림자가 되어 나를 덮쳐오진 않을까. 


사진: Unsplash의Suhyeon Choi


숨만 잘 쉬어졌다면 아마 병원을 찾아갈 일은 없었겠지요.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순간에야 저는 이미 아픔이 저를 넘어섰음을 깨달았어요. 평소에 내 마음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잘 응시했다면 알아차렸을 텐데요. 바쁜 생활에 쫓겨 마음을 바라보지 못했어요. 

병원을 찾았을 때 여러 개의 알약을 먹어야 할 만큼 심각했던 상태였어요. 우울한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병원을 찾아가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거부감이 느껴진다면 상담실을 찾아가는 일도 좋고요. 한 번만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도 내가 상담이 필요한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까요.


너무 마음에 무게를 두고 병원을 갈지 말지 고민하지 말길 바라요. 막상 가보면 많은 사람이 병원을 다니며 마음을 살피고 있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집 근처나 회사 근처, 가기 쉬운 곳의 병원을 찾아가 보세요. 잘 맞지 않는다 싶으면 다른 병원을 가보아도 좋아요.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기침이 잦아지거나 콧물이 나면 생활이 불편해져 약을 먹는 것처럼. 우리 마음이 불편해지거나 감정이 요동치고 스스로 낫기 어렵다면 약을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사진: Unsplash의Thomas Vimare


모든 병은 초기에 알고 치료할수록 빠르게 낫는 법이지요. 그건 마음의 병에서도 다르지 않아요. 

지금은 병원을 영영 다녀야 할까, 약을 끊을 수 없을까를 고민하기보다 당신이 빨리 낫는 데 집중할 때니까요.

 

당신이 용기를 내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용기가 당신을 치료하는 데 쓰이길 바라요. 


오늘도 당신의 안녕을 기원해요, 더불어 우리의 안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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