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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지 Dec 24. 2023

길을 찾는 여정

유독 길 찾는 상황이 되면 신경을 과몰입하게 된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거나 한 곳을 뚫어지게 보게 된다. 그러다가 길을 잃어버려 1시간 동안 헤매었던 적이 있다. 방향을 잡지 못해서 자꾸만 흐려지는 눈을 닦아냈다.  기억 때문에 지금의 나는 위치를 빨리 알아보고 내가 가야 할 곳을 찾아본다. 다행하게도 항상 제시간에 내가 가야 할 곳에 도착한다. 이것도 숱한 노력 끝에 나온 능력이다. 어릴 나는 길을 어버린 적이 있다.


 20년 전에 코엑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 거다. 얼마나 복잡하고 커다란 공간이었는지를. 지금은 별마당 도서관이 생겨서 길 찾기 쉬어졌지만 예전에는 헤매기 일 수였다. 7살 때 유치원에서 현장학습으로 롯데월드와 코엑스를 데려갔다. 롯데월드 입구에 간 것도 기억나지만 그 안에서는 뭘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왜 화려한 불빛과 거대한 성이 기억이 나지 않을까? 아마 그 후에 기억이 강력해서 잊어버린 듯하다.


 롯데월드에서 나와 코엑스를 들리는 일정이었다. 코엑스에 막 들어간 직후 친구들이 다 같이 화장실에 가겠다고 웅성대길래 나도 그 여정에 동참했다. 분명 같이 화장실을 갔는데 볼일을 보고 나오니 친구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침착하게 왔던 길을 돌아가 보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을 찾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울면서 길을 헤매다가 어여쁜 언니 세 명이 나를 발견해 줬다. 지금 돌아보면 한 23살쯤 되어 보이는 언니들이었다. 그들은 내게 왜 울고 있는지 다정하게 물은 후 가슴팍에 달린 이름표와 연락처로 선생님께 연락을 해줬다. 덕분에 나는 귀가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날 나는 무사했지만 그때의 충격이 너무 커서인지 길 잃어버리는 것에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예민해져 버렸다.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에는 인터넷으로 경로를 검색하여 인쇄하거나 A4용지에 메모해뒀다. 목적지 주변에 있는 건물이나 가게명을 따로 체크해 두고 그곳을 지나가면 곧 도착하겠구나 하고 안도감을 느꼈다. 이는 얼마가지 않아 금세 불안해졌다. 나도 모르게 왔던 길더듬어가며 귀갓길을 준비하곤 했다.


 16살에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다. 하나는 실시간으로 버스와 지하철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오차를 줄여 역이나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나머진 해당 위치의 길을 거리뷰 같은 기능으로 직접 실제 건물을 사진으로 보며 갈 수 있게 됐다. 불안감도 줄어들었다.


그전보다 덜 집중하며 길을 갈 수 있게 됐다. 다른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는 일도 줄어들었다. 방향 파악하는 것도 빨라졌다. GPS기능을 통해 내 위치를 바로 알 수 있어서 도착시간을 예상할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위치 찾는 능력이 향상된 기분이다. 이런 능력으로 나는 매번 초행길도 남들보다 빨리 도착하는 능력이 생겼다. 불안함이 내게 준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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