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ges All Races All Genders

브랜드의 가치

by 스노리

몬트리올은 일교차가 크다. 한국의 끝도 없는 더위를 피하려고 퀘벡에 왔는데 여기도 낮에는 꽤 더워 24도까지 올라간다. 물론 한국보다는 훨씬 시원하지만, 퀘벡 하면 폭설이 내리는 추운 지역이라 여름에도 시원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아침엔 기온이 꽤 내려가고, 퀘벡 시티에 가면 더 춥다고 해서 남편과 쇼핑에 나선다.


숙소 근처의 다운타운에 있는 Underground City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지상의 건물들이 지하로 연결된, 대형 쇼핑몰과 실내 통로가 있는 지하 도시이다.

지상에서 보면 어느 건물이 연결되어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전철역부터 극장, 대학 건물, 컨벤션 센터, 쇼핑몰 등이 연결되어 있어 몬트리올의 추운 겨울에도 사람들이 지상으로 나갈 필요 없이 도심 여기저기를 이동하고 쇼핑과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문제는 넓기도 너무 넓지만 지하에만 가면 방향 감각이 사라져 버려 한 번 들른 가게를 다시 찾아 헤매고, 각자 쇼핑하고 만나기로 하고는 길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캐나다 구스 매장에 들어가 본다. 패딩이 한국보다 싸기는 하지만 가격 태그만 보고 결정하면 안 된다. 캐나다의 세금은 아주 비싸다. 그중 퀘벡주는 제일 비싸 구매 소비세가 15%이다.

음식점에서 30불짜리 음식을 먹고 30,000원 -1 CAD 가 1,005~1,010원 정도이다-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세금 15%가 붙고 팁도 주어야 하는데, 제일 싼 팁이 15%이다. 음식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15%-18%-22%-25% 중에서 선택해서 낸다.

30불짜리 음식을 먹으면 40불을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미국보다는 낫다. 미국은 팁을 주는 것을 빤히 보고 있다. 테이크아웃하는 커피를 계산할 때도 빤히 보고 있으니 몇 불이라도 팁을 주게 된다. 하지만 캐나다의 직원들은 계산할 때 고개를 돌린다. 어차피 영수증이 나오면 자기들도 알겠지만 그래도 손님에 대한 배려는 해 준다.

그런데 테이크아웃하는데 왜 팁을 줘야 하는 거지?


가격도 비싸지만 점점 동남아 날씨를 닮아 가는 우리나라에서 눈에 굴러도 춥지 않을 헤비한 점퍼는 필요 없을 것 같아 캐나다 구스는 눈으로 보고 그냥 나온다.

다른 캐나다 의류 브랜드 샵에도 가본다. 모 회장이 입어 반짝했던 Arc'teryx 아크테릭스, 남편 취향의 색들이 많은 Roots 루츠 그리고 요즘 한국에서도 뜨고 있는, 눈부신 색상의 스포츠 웨어가 눈에 띄는 Lululemon 룰루레몬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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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Gill 맥길대학교, Eaton 이튼몰등이 있는 다운타운의 지하에는 언더그라운드 시티가 있다

전 세계의 대표 아닌 대표들을 모아 놓고 토론하던 비정상회담에서 세계의 라벨 경쟁 순위를 매긴 에피소드가 있었다.

명품의 고향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제치고 캐나다가 높은 순위를 기록하자 다른 나라 대표들이 캐나다에 무슨 브랜드가 있냐며 이름 대보라고 야유하던 기억이 난다. 캐나다 대표도 놀라며 도리어 캐나다 브랜드가 뭐가 있죠? 하고 다른 대표들에게 물어본다.

캐나다는 캐나다 구스처럼 직접적인 유명 브랜드도 있지만 천연자원을 이용한 수출 강국이다.

메이플 시럽은 전 세계의 80%가 캐나다 산이고, 단풍나무로 만든 야구 방망이, 하키 스틱은 전 세계의 선수들이 캐나다 산을 쓰고 있다. 스위스 제품인 Lindt 린트 초콜릿도 캐나다에서 만들어 언더그라운드 시티 매장에 가면 항상 공짜로 나눠준다.

기욤 패트리가 조금만 공부했어도 당당하게 이런 제품들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항상 애청했던 재미있는 프로였다.


내가 애용하는 MAC도 캐나다 화장품이다. 자주 쓰는 립스틱과 파운데이션을 사러 매장에 가니 직원들이 손님들의 제품을 찾아 주느라 바쁘다.

한 할머니가 들어와서 제품을 환불하려고 하자 직원이 안쪽에서 나와 아주 친절하게 할머니를 도와준다. 키가 아주 크고 굵은 목소리를 내는 트랜스 젠더이다.

MAC 매장에 가면 흔히 여성보다 더 섬세하게 화장품을 설명해 주는 남성 직원과 트랜스 젠더 직원을 볼 수 있다.

MAC의 브랜드 철학이다. All Ages, All Races, All Genders 나이, 인종, 성별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설립 초기의 슬로건답게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업 윤리로 삼고 있다.


80억 인구가 사는 지구에 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는데 왜 사람들과 다르다고 배척하고 혐오하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들은 열심히 나답게 살고 있을 뿐인데...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퍼레이드 하는 퀴어 축제 주변에서 확성기를 들고 건강한 사회를 좀먹는 사회악들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혐오로 가득 찬 자신의 병든 사고부터 건강하게 치료하라고 말하고 싶다.


직원이 찾아 준 립스틱과 파운데이션을 들고 계산대로 간다. 나중에 공항에서 면세로 사는 게 제일 좋지만 면세점에는 내가 원하는 색과 제품이 없을 확률이 높다.

옆에서 할머니의 환불을 도와주던 그 직원이 아쉽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너무 죄송하지만 이 제품은 프로모션 기간에 산 거라 환불이 안 되는 제품이에요.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정말 미안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의 기분을 이해하려는 세심한 말투와 제스처로 이야기한다.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그렇군요.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하면서 제품을 다시 가방에 넣는다.


상처 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서로가 한 번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프게 할 일도, 싸울 일도 없을 텐데, 자신의 신발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고 상대의 신발을 아예 신어 보려고 하질 않는다.

보이는 것과 달리 아주 편안하고 마음에 들 수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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