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일과를 마치고 난 뒤의 교무실 책상에서, 사선으로 뻗어야 펴지는 다리를 뒤틀어 난 단잠에 빠젔다. 비척비척한 몸으로, 무덤처럼 잠들어 있고 싶은 마음을 들고 언덕길을 굴렀다. 꿈인 듯, 현실인 듯. 온몸의 피곤이 무중력의 무게처럼 사방으로 나를 당기고. 가까스로 난 닿아야 하는 곳에 닿는다.
부유하듯 흔들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를 보았을 때. 그 가녀리고 단아한 미간에 수심이 스친 카톡하는 손가락. 흰 팔목, 창덕궁 기와 문 흐르듯 유려한 전완. 아! 그건 전완이라는 근육 붙은 말로는 그려지지 않는, 연분홍 무궁화의 색결. 여민 한복 소매가 휘어져 돌아나가는 곡선. 난 그 가벼운게 분명한 것에 한없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무엇이 되어. 탱탱볼과 같이 쫀득한 중력에 휘어진, 뒤틀린 시간 속을 서성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