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망상

by 지음

공간에, 몸 뿐만 아니라 맘까지 머물란 뜻일까.

노트북들 쓸 수 없는 카페라는 안내가 조금 차가워, 밀려나는 느낌이 났다.

난 늘, 상대가 밀지 않아도 가볍게 밀려나는 편이라, 그게 아닐 수도 있어.

운동 가기 전까지의 시간을 명상으로 채우기로 했다.

핸드폰은 왜 금지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새로 지은 건물 안의 카페는, 골목길이 돌아나가는 꼭지점에 있었다. 모던하고 거친 마감의 두 건물 사이로 산책로를 만들어 원래는 끊어졌던 얕은 오르막 길을 연결해 놓았다. 왼쪽에서 보면 지층, 오른쪽에서 보면 반지층인 카페 창 밖으로 저 멀리까지 내려다 보이는 뚫린 풍경. 흔히 가지기 어려운 형태의 열림이 낯설어 관찰 할 만 할 것 같고. 나는 이 건물에 들어설 때, 새건물을 지어도 남아 있는 초소를 보며 조소 지었던 마음. 가장 싫어하는 전 대통령의 흔적을 조금 잊고 집중해 바라봤다. 하나 하나에 머무르는 시간을 아끼지 않으며.


그런 바라봄이, 하나라도 글의 무엇으로 될까 싶었지만. 없었다. 처음의 욕심을 내려다 놓고 차오르는 마음을 느끼고. 지금의 적막을 넘어 존재감을 희미하게 그러나 넓고 단단하게 퍼트려 보았지만, 그냥 명상이다. 풍경과 명상으론 아무런 상념이 생기질 않고. 마음만 고요하고 그냥 평아롭다.


나의 글은 아무래도 상념과 정념이 맞부딪혀야 써지고 벼려지며 시작되고, 시작된 것이 계속 내면의 무언가와 부딪히며 밀려나가는 것인가보다. 평아로움이 고아로움이 될 시간 동안 모든 감각이 잠잠하다.


쓰는 일을 밀어 올리느라 너무 달궈와서일까. 고요함이 너무 낯설고. 머무름이 어색하다. 더 깊어지면 모든 상념이 사라질까 간질간질 해진다. 귀엽게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들이 몽골몽골 피어나는, 오후의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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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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