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리스본
매일매일 조금씩 글을 쓰려고 한다. 이 기록은 기사가 아니다. 타당한 근거보다는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을 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보로서의 가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사색의 깊이 또한 보장할 수 없다. 이 기록은 말 그대로 하루하루의 단편적인 기록일 뿐이다.
파티를 할 생각은 없었다. 첫 숙소의 마지막 밤이었다. 찾으려고 한 건 아닌데, 우연히 피게이라 광장 근처의 중국인이 경영하는 마트에 들어갔다. 김치라면, 짜파게티, 김치를 카트에 담고 있는 스스로 발견했다. 다행히 내 숙소는 식당을 바로 맞은편에 두고 있었고, 환풍기 및 조리 시설이 완비된 곳이었다. 냄새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웠다는 이야기다.
음식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서양 문물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경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호텔 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는, 숙소에서 청국장을 끓여 신고를 받았다는,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밑에 홍어집을 차렸다는 가십 등을 접할 때마다 나는 이해가 모자랐다. 진상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까지 저럴 필요가 있을까. 매너의 문제로 개인의 교양을 의심하기 전에, 우리는 세계를 조금 뒤집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세계는 서양 중심이다. 인도에 가서도 맥도널드를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양인들은 햄버거 패티를 배낭에 넣고 다닐 필요도 없고, 어딜 가서 어쭙잖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다. 라면 하나 끓여 먹다가 왜 이런 생각까지 생각이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얘기다.
숙소를 옮긴다. 짐을 다시 꾸리고, 어딘가로 향한다.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며칠 정착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의 이동. 이사 같은 기분, 역시 여행을 통해 내가 느끼고자 하는 기분들 중 하나다. 그만큼 공간이 차지하는 의미나 비율은 제법 크다. 하지만, 어떤 숙소를 고르든 최선은 스스로 만족할 만한 부분을 그곳에서 찾는 것이다. 게다가 제법 오래 묵을 생각이라면.
이번 숙소는 창을 열면 시선을 가리는 것이 없고 탁 트여서 좋다. 반면, 페인트를 칠한 지 얼마 되지 않는지 집에서는 니스 냄새가 심해서 창을 계속 열어두어야 한다. 에어비앤비 앱을 통해 숙소를 구할 때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숙박비 외에, 청소비, 무슨무슨 수수료 등이 최종 금액에 부과되기 때문에, 최종 금액을 숙박일 수로 나눠서 하루의 예산을 짜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나같이 경제 개념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는 인간은 언제나 청구서에 놀라고 만다.
숙소 근처의 식당에 갔다. 빵을 기본으로 주는 식당이 많다. 물론, 먹으면 돈을 내야 한다. 오늘의 수프 하나와 생선, 고기 메뉴 중 오늘의 메뉴 하나씩을 시킨다. 요리들이 대체적으로 투박하다. 어쩌면 내가 투박한 식당에만 골라 들어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식당마다 있는 자그마한 와인잔이 마음에 든다. 너무 얇거나 섬세하지 않고, 잡고 마시기에 편해서 좋다. 물이든, 콜라든, 와인이든 다 그 잔에 따라 마신다. 음료가 담긴 1.5리터 페트병을 작은 식탁 위에 올려놓고 먹는 모습이 재밌다. 이제 식사를 다하고, 카페나 비카(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숙소를 옮겼으니 장을 봐야 한다. 숙소 근처에 pingo doce(한국의 홈플러스쯤)에 간다. 이번 숙소는 저번 숙소와 같은 가격인데, 조금 좁고, 주방 시설도 미비하다. 그래도 프라이팬 하나면 웬만한 것을 해 먹을 수 있는 자취 생활 17년 차다. 버터, 치즈, 계란, 토마토, 와인, 물을 샀다. 앞으로 6일간의 식량이다.
다양하고 저렴한 와인들, 저걸 다 맛볼 순 없겠지...
걷다가 하늘을 봤는데, 섹시한 풍경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