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죽이는 41가지 방법 - 여자 1

by 전찬준

틸다~~ 나를 부르는 인간 암컷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조금 상기되어 있다. 나는 길에서도 이 존재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은 내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나를 자기들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른다. 하지만, 예외 없이 잠시 후 먹거리를 구해온다. 그에 대한 보답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엉덩이를 들이대주거나, 그들의 다리사이에 슥슥 냄새를 묻히거나, 바닥에 드러누워 잠시 보드라운 안쪽 털을 만지게 해 준다. 그 외에 그들이 나에게 딱히 바라는 것은 없다. 내 목에는 주인이 채워준 알록달록한 실이 걸려 있다. 야생의 친구들은 그것이 족쇄니, 얼른 끊어버리라고 하지만, 내가 살이 좀 찌기도 하고, 주인도 그걸 신경 쓰지 않아서 족쇄는 내 목털 사이로 푹 파묻혀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가끔 주인이 괜찮아 보일 때는, 목걸이 안쪽 부분의 털을 손가락을 넣어서 긁어줄 때다. 거기에는 어떻게 해도 내 혀나 발톱이 닿지 않는다.


나는 내 집을 가지고 있고, 편의상 주인도 있지만, 발톱이 잘리는 수모는 겪지 않는다. 친구들 중 누구는 인간의 서투른 가위질 때문에 발톱이 너무 바싹 잘려서 나무를 긁지도 못하고, 털을 잘 고르지도 못하고, 싸움에서는 언제나 도망쳐야 하는 신세들이 꽤 있다. 내 주인은 좀 무심한 편인지도 모르지만, 나를 씻기려고도, 내 발톱을 자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진드기가 몸 깊숙이 박혀 있으면 그걸 떼어주거나, 가끔 볕 좋은 날 듬성듬성한 쇠발톱으로 털을 골라준다. 그럴 때는 정말 기분이 좋다. 주인은 내가 기분 좋은걸 그리 오래 허락하지 않는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주인의 체력은 언제나 바닥이다. 체력을 증진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늘 쫓기는 저 생쥐들에게 좀 배워야 한다. 가끔 집에서 무거운 쇠를 들었다 놨다 하는데도 나처럼 민첩하지도 높이 뛰어오르지도 못한다.


내가 이 집에 사는 동안 주인과 레슬링을 하는 여자가 3번 바뀌었다. 첫 번째 여자는 생선 냄새가 많이 나는 여자였다. 손길이 거칠었지만, 굉장히 따뜻했고, 특히 내 식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나야 건사료와 멸치, 추릅 정도면 충분하지만, 가끔 여자가 향긋한 기름에 구워주던 연어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연어라는 생선은 섬에 살면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생선이다. 그 기름지고 동시에 담백한 생선을 처음 먹었을 때, 나는 체면도 생각지 않고 왕왕 소리를 내면서 먹었다. 콧수염 곳곳에 묻은 생선 기름이 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실 정도였다. 여자는 흐뭇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내 등을 쓰다듬곤 했다.


두 번째 여자는 독특한 기름냄새가 났다. 그건 깨나 생선에서 나는 기름냄새는 아니었다. 여자는 한동안 남자의 집에, 정확히는 내 집에 들어와 살았는데, 하얀 종이 위에 나를 자주 그리곤 했다. 동물의 털이 끝에 달린 긴 막대에 기름 냄새나는 걸쭉한 액체를 찍어 나와는 하나도 닮지 않은 고양이를 여럿 그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빛만은 나를 닮아 있었다. 주인은 자신은 그려주지 않고, 여자가 나만 그려서 가끔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주인은 기름냄새나는 여자가 내 집에 사는 동안은 나를 집에 잘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밥그릇도 마당에 내놓기 일쑤였다. 나는 그 시기 동안은 옆집 늙은 여자의 귤창고에서 밤을 보내곤 했는데, 빛이 들어오지 않고, 늘 축축한 귤창고 안에는 푸른 지네가 많아서 여러 날 동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주인이 문을 열어둔 어느 날 집안에는 기름 냄새가 진동했고, 나를 그린 종이들에 시커멓고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집에서 그 독특한 기름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세 번째 여자는 정원의 흙냄새가 났다. 그 여자는 주인에게 으르렁대지도 않고, 주인도 나보다 그 여자를 더 사랑하는 것 같아, 오히려 내가 주인에게 없는 애교를 떨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나도 곧 주인보다 그 여자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여자가 있는 동안 집문은 항상 열려 있었고, 내 털도 깨끗한 상태로 유지됐다. 주인이 어딘가 떠나 있을 때는 여자가 내 집에 들어와 있었는데, 그럴 때면 볕 좋은 곳에 늘 나를 위해 폭신한 요를 깔아주어 나는 어렵지 않게 일광욕을 즐기며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주인은 그 어느 때보다 살이 쪘다. 우리 고양이들은 피부의 탄력이 좋아서 살이 찌는 것이 전혀 문제가 안되지만, 요즘 주인을 볼 때면 얼굴이 곧 펑하고 터져 저 하늘 밖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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