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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와 태만 Nov 07. 2022

양으로 태어났다.(01)

그렇게 태어났지.

나는 양이다.

아니 양으로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한 암컷 어른 양이 있다.

날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좋아 난 그녀에게 기댔다.

그녀의 배, 따뜻한 젖을 먹으며.

어느 샌가 그녀는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게 했다.

엄마는 참 따뜻한 말이다.

난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바위에 오르기. 다니던 길로만 다니기.

추위를 이겨내기. 우리는 우리라서 행복했다.

나와 무리는 무리의 숫자만큼 풀을 먹기 위해

더 높은 곳에 올라야 한다.

나는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다른 무리에 비해 잘했다.

아니 더 높은 곳에 잘 오르면 따듯한 눈빛의 엄마가

따듯한 엄마의 몸을 내 몸에 더 자주 비벼 주었다.

엄마가 그럴 때마다 욕심이 생겼다. 더 잘 오르고 싶은.

그때 보았던 엄마의 눈빛이, 그때 느꼈던 엄마의 몸짓이 너무 따뜻했다.

나는 왔던 길을 찾는 것도 잘했다.

어느 샌가 나는 무리의 선두에서 걷게 되었다.

무리를 잘 이끄는 것보다

내 뒤에서 나를 듬직하게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이 좋아서

그 일을 즐겨 우쭐거렸다.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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