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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총 Oct 18. 2024

수상한 베이커리 1화

윤 총무의 기묘한 이야기


소문


최근 동네 사람들 사이에 기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학교 앞 빵가게에 관해서였다. 가게는 학교 정문 가까운 곳에 있었다. 대로변에서 비스듬히 꺾어진 골목 구석진 곳에 위치한, 작고 해어진 외관의 가게였다. 소문은 그 가게에서 만드는 수상한 빵에 관한 것이었다.


"야, 그게 말이 되냐?"

"진짜라니까!"


찬우와 유택은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 시끌벅적한 소음을 뚫기 위해 애쓰며 대화 중이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의 유택과 달리 찬우는 시큰둥했다.


"몇 달 전에 자퇴한 여자애 알지? 2반 김유미."

"아, 그 조폭이랑 사귄다던?"


김유미라면 찬우도 기억하고 있었다. 급작스런 자퇴가 원치 않은 임신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었다. 뜬소문은 아니었다. 여학우들 사이에선 얼마 전까지도 다달이 배가 불러오고 있는 걸 봤다는 목격담도 심심찮게 들렸다. 하지만 이는 조폭 애인에게 수개월 째 감금된 상태라는 일부의 주장과 배치되는 이야기였다.


"여자애들 말로는 걔가 원래 낙태 비용을 못 구해서 쩔쩔 매고 있었대."


유택은 스산한 표정과 말투로 오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마치 조카에게 무서운 얘기 들려주는 삼촌이라도 된 것 같았다. 뭐가 그리도 재밌을까. 그의 유별난 태도에 찬우는 오히려 더 심드렁해졌다. 그런데 유택의 다음 말이 찬우의 귀를 쫑긋하게 했다.


"근데 엊그제 그 빵집에 다녀오더니, 배는 홀쭉하게 들어간 채로 오히려 돈을 받아서 나오더라는 거야."


배가 홀쭉해졌다는 건 아이를 빼냈다는 건가. 그런데 돈을 받았다니.


"빵집에서 수술을 했다고?"

"그래! 제빵사한테 돈 받는 장면까지 똑똑히 봤대."


싱거운 얘기에 찬우는 피식 웃었다. 수술해 주고 오히려 돈을 주는 병원이라니. 아니, 빵집이라니.


"진짜라니까!"

"설령 거기서 낙태를 했다고 쳐도. 돈을 받으면 받았지 왜 걔한테 돈을 주냐고?"


낙태라는 단어에 주변 여학생들이 두 사람을 흘겨봤다. 유택이 나무라는 표정으로 찬우를 쏘아보며 목소리를 낮추라는 손짓을 했다. 찬우는 얼굴을 붉히며 애써 여자들의 시선을 못 본 체했다.  


"그러니까 김유미가 거기다 판 거지."

"뭘 팔아?"

"빵집에서 제빵사가 돈 주고 뭘 사겠냐?"

"뭔데?"


유택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뭐긴 뭐야. 빵 만드는 재료지."


소문은 대충 이랬다. 몇 년 전 이 궁색한 동네에 '오 드 쥬방스'라는 이름의 작은 빵가게가 생겼다. 개업 당시 오며 가며 스쳐봤던 가게의 단출한 내부는 언제나 손님 하나 없이 휑했다. 맛도 가격도 평범한 동네 빵집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매점을 찾아 시내로 나가곤 했다.


"요즘 갑자기 그 빵집만 손님이 많아진 것도 이상하잖아."


유택의 말은 사실이었다. 최근 들어 오 드 쥬방스는 눈에 띄게 늘어난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특히나 4,50대 중년 여성들이 손님의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시점은 아마도…


"새로운 제빵사가 온 이후부터야. 그때 김유미한테 돈을 줬다는 사람 말이야."


요는 최근 새로 일하기 시작한 제빵사가 만드는 특제 빵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유택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찬우도 흥미가 동했다. 그 특제 빵이라는 것이 대체 어떤 맛이기에? 제품이 특별해 가게를 찾는다면 인스타그램과 커뮤니티 등지가 관련 후기와 인증글들로 도배될 법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인터넷에선 이 가게에 대한 언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슨 빵을 팔길래?"

"확실한 건 모르지만 맛이 엄청 좋은가 봐. 그리고 소문에 따르면 그걸 먹은 사람들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거야."

"달라진다고? 뭐가 어떻게?"

"모르지, 나도 안 먹어봤으니까. 그보다 중요한 건 그 특제 빵에 들어가는 재료가…"


그때 앞문이 열렸다. 여교사가 교실로 들어오자 사방을 돌아다니며 떠들던 학생들이 일제히 자리로 돌아갔다. 찬우와 유택도 대화를 멈췄다. 말도 안 돼. 찬우는 칠판을 향해 돌아앉으며 중얼거렸다. 사실 그도 소문을 얼핏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 가게에서 갓난아이를 재료로 빵을 만든다는 얘기였다. 유택이 찬우의 어깨를 툭 치며 여교사를 향해 턱짓했다.


"야, 저 쌤 좀 봐. 뭔가 달라지지 않았냐?"


찬우는 그의 말에 고개 들어 교사를 바라봤다. 정년을 앞둔 60대 꼬장꼬장한 노처녀. 하지만 최근 들어 뭔가 묘하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다들 책 펴고! 오늘 어디 할 차례지?"


교사에게서 활기차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뻗어 나왔다. 10대 고등학생들의 눈에 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쪼글쪼글 히스테리 가득한 할머니에 불과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예뻐졌다고 해야 하나? 아니, 꼭 그렇지는 않았다. 그보단 원래에 비해 생기 있고 에너지 넘치는 상태. 말도 안 되지만 그녀는 요새 들어 갑자기 젊어지고 있었다. 지금 그들 눈앞의 여교사는 누가 봐도 40대 초중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외모였다. 없던 자신감이 생겼는지 하지 않던 SNS 활동도 시작했다고 들었다. 나이 어린 남자들에게 친추를 걸고 디엠을 주고받는 걸 어쩌다 학생들에게 들킨 모양이었다.


"그 빵집에 다니는 게 분명해."


유택의 말에 찬우는 활력 넘치는 몸짓으로 판서를 시작하는 여교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날로 싱그러운 저 혈색과 기운 뒤에 뭔가 음침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아기로 만든 빵을 먹고 젊어지고 있는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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