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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9시간전

요가.. 시작은 쉽고 버티기는 어렵고

우울하기 때문에(3)

요가를 시작했다. 아니 시작했었다. 홈요가였다.

그냥 가볍게 몸을 풀기 위해 시작했다. 어떤 뜻도 없었다. 

그냥 몸.이 아.파.서. 시작했다.


그리고 아침 5분, 가끔은 15분의 요가 스트레칭의 효과는 놀라웠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 좋은 것을 추천하고 다녔다.

웬만하면 그 어떤 좋은 물건도 권하는 적이 없는 나다.

그런데 요가는... 권했다.

왜냐하면 실은 없고 득만 가득한 것이었으므로




어느 날, 짬을 내어 아이친구 엄마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나는 이런 시간들이 빈번하지 않고 그래서 익숙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대부분 듣기만 한다. 그런데 가끔은 그저 경청만 하는 것이 상대를 매우 기분 나쁘게 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런 기운이 내비칠 때면 나는 냉큼 아무소리나 내뱉는다.

너와 내가 상관없고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것, 또는 득만 가득한 것 위주로 말이다.


"요즘 아침에 아주 잠깐 요가하는데 진짜 좋아요. 하루가 달라져요~! "

역시나 요즘 관심사인 요가 이야기를 내비쳤다.

요가를 하니 생기가 돋고 요가가 참 좋다고 말하는 나에게 권하기 좋아하는 한 명이 말했다.


"꽃일 같은 거 손가락 아프게 하지 말고 요가를 해봐~~!! 목소리도 그렇고 체형도 그렇고 먼가 잘 어울린다.!!"

엥???

생전 처음 듣는 소리에 처음엔 아무소리나 막 하는구나. 라며 웃어넘겼다. 


이 이야기를 나중에 다른 이에게 우스갯소리처럼 말했다.

함께 그냥 웃고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진짜 잘 어울리네~! 요가하면 좋다면서요. 해봐요~~~ 먼가 그냥 요가선생님 같아 ~!"

또 한 번의 추천이었다.

나는 또 식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다. 엄마도 남편도... 모두 비웃어 넘길 거라 생각했건만 모두 "진짜. 해봐라."였다. 





'이럼 곤란한데? 나 진짜 마음이 혹하는데...'

그렇게 시작된 요가에 대한 애정이었다. 

그 후로도 가끔씩 생각만 할 뿐 몸이 아프고 기분이 찌뿌둥할 때면 요가를 찾아 했다. 

그러고 나면 부정적인 생각까지 반점은 날아가 주었다. 

몸무게는 줄지 않지만 체감하는 그 가벼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요가를 가르치면서 산다면.. 나는 평생 내 몸을 단련하겠지? 직업으로 만들어야 때려 치치 않고 매일 운동하고 수련하겠지? "

이 생각이 다달았을 때 나는 요가학원 문을 두드렸다.


홈요가만 하던 내가 강사반에 대해 질문하는 것조차 창피스러웠지만 실상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아니면 말지라는 생각으로 방문했다.

체험을 해보고 나의 모습을 보여주면 판단해 주리라 믿었다. 

요가학원 원장님은 할 수 있다고 하셨다.

다만... 완주... 완주를 해야만 한다고만 하셨다. 


나의 몸상태를 보고도 오케이 하신다면 완주는... 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요가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를 일으킨 요가가 나를 짓누르는 순간이 오고 있다. 

첫 수업부터 나는 의심투성이었다. 이걸 내가 4개월간 해내서 강사가 될 수 있을까?

이 사람들 사기친 걸까? 이건 도저히 안될 것 같은데..


별의별 생각에 사로잡히던 첫 수업이었다.

내가 방구석에서 이것저것 부스럭거릴 때 밖으로 나와 오랜 시간 요가를 해온 오전반 아주머니들을 대할 때면 정말로 현타가 매일 온다. 

그럼에도 정신력으로 버티며 나가야 한다. 




버티지 못하고 나 혼자 한 번씩 다리가 무너질 때마다 마음은 두 번씩 무너진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장 자신감이 없는 일이란 걸 깨달아 간다.

그럼에도, 그런 상황임에도 나는 이미 배를 띄어 바다로 나와 버린 뒤이다. 돌이킬 수가 없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이젠 반대편까지 가야 한다. 

노련한 뱃사공이 되어 도착할지.. 그냥 물결 따라 어찌어찌 도착할지는 모르겠다.

시간은 흐르고 그 시점은 도래할 뿐

마음이 버텨줄지 모르겠다.

내 마음이 받치고 다리와 팔이 내 몸을 견뎌줄지 알 수가 없다.



요가란 참 쉽다.

시작하기는 더할 나위 없이 쉬운 일이다. 매트 한 장만 있으면 되니깐..

그런데 그 자그마한 매트 위에서 버텨내는 것이 이토록 고달프다.


우울할 때마다 나를 치유했던 요가가 이젠 나를 시험하는 도구가 되었다.

그런데..

우울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우울은 할 일이 없을 때.. 나를 훅치고 들어왔으니까.

지금은 내 다리를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우울할 시간이 없다. 


무엇이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

우울을 그저 느낄지.. 아니면 발버둥치며 그 우울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고통을 주는 것이 맞을지는..

다만, 

요가매트 위에 올라선 지금 나는 

버텨야 됨을 안다. 

무너진다면 그리고 일어서지 않는다면

다시 우울이라는 매트에 누워있을 것을 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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