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배워가는 마지막이라는 순간
"엄마, 나 너무 슬퍼........"
흑흑흑...........
방학식을 하고 나오는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아이가 끝나기를 학교 현관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아이가 나와 나를 보고 눈빛이 변하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슬프다는 말을 툭 내뱉으며 내게 안겨 울기 시작했다.
정말 말 그대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한참을 그렇게 내게 안겨 울었다. 나는 선생님과 반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며 슬픈 감정을 느낀 아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왜냐하면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아이에게 진정한 슬픔의 눈물을 보고 어릴 적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는지 내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모든 아이들이 방학이라며 신나게 부모님과 함께 돌아서고 뛰어가는 이 현장에서 아이와 나는 둘이 부둥켜안고 울었다. 이상한 두 모녀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지금이야말로 공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짜 완벽한 공감을 했고 그렇기에 아무 말 없이 아이를 안아주었다.
"마지막날이라 슬펐어? ㅎㅎ"
조금은 가볍게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인다.
이 조그마한 아이에게 마지막의 슬픔이라는 것이 1년 사이 찾아왔다. 딱 1년 전 유치원을 졸업할 때만 해도 마치 내일 다시 오는 아이처럼 멀뚱멀뚱 덤덤하게 신발을 신고 나온 아이였다. 나 혼자 아쉬워 지나가는 친한 아이를 잡아 세워 억지로 같이 사진을 찍을 정도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아이는 덩치는 작지만 마음이 커나가고 있었다. 이렇게나 많이 쑥쑥 자라 있었다.
"마지막은 슬퍼, 맞아 ~ 엄마도 그랬어. 그리고 아빠도 그랬고. 네 마음이 먼지 너무 잘 알아~~ 우리 **이가 이렇게 마음부자가 되었네 ㅎㅎ "
학교 앞에서 친구들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했던 아이는 집으로 어서 돌아가자며 저쪽에서 기다리는 친구도 등지고 나와 주차장으로 조용히 빠져나왔다.
그렇지만 나는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 흘리는 눈물은 창피한 게 아니라 네가 얼마나 마음이 풍부한 사람인지, 얼마나 멋진 눈물인지를 말이다.
"이 상황에서 아무나 다 우는 것은 아닌데, 네가 이렇게 마음이 따뜻하고 멋진 아이라서 엄마는 정말 놀랍다. 우리 아기가 이렇게 많이 커서 마음부자가 되었네? ㅎㅎ"
정말로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이런 사람다운 사람으로 커나가는 아이임에 자랑스러웠다. 한편 마지막을 힘겨워하며 지내온 내가 정말 잘 아는 슬픔이기에 이 아이에게 앞으로 수없이 찾아올 이 순간들이 매번 얼마나 힘들지 조금 걱정도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눈물을 서서히 멈춰가며 진정한 아이를 다시 한번 안아주며 말했다.
"마지막은 슬퍼.. 언제나 그래, 엄마는 어른이 된 지금도 그래~ 하지만 이 슬픔은 잠시뿐이야. 곧 찾아올 새로운 시작이 오려고 슬픔이 먼저 온 거야~! 슬픔 뒤에 언제나 더 좋은 일이, 더 좋은 친구들이 생기거든.. 그래도 뜨거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네가 엄마는 참 자랑스럽다..!"
우리는 마지막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보내며 살아왔을까? 마지막이라는 것은 무엇이 되었든 참 쓸쓸하고 외롭고 슬픈 기분이다.
그래서 마지막과 붙어오는 시작을 생각하지 않으면 그 잔잔한 슬픔의 호수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새로운 시작, 두렵지만 두근거리는 그 시작을 기대하며 마지막의 슬픔을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어느 정도 살아온 뒤 퍼즐을 맞춰보면 마지막 뒤에 언제나 더 좋은 일들이 생겼다. 물론 안 좋은 일들도 있었겠지만 슬픔을 묻어두기 위해 좋은 일들의 조각만 맞추고 살아왔다.
2024년이 밝았다.
아쉬움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고, 언제나처럼 다사다난했던 2023년을 잘 마무리하며 여전히 조금은 쓸쓸한 마지막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 허전한 마음속에 우리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두근거림을 가지고 한 해를 시작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난 두근거림으로 한 해를 시작하진 않았다.
시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마지막의 슬픔도 무뎌지고 새로운 시작의 두근거림도 무뎌졌다. 벌써 무뎌지면 어쩌나 싶지만 1월 1일은 그냥 1년 중 하루이고 결국 내가 무엇인가 시작한 날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무뎌지는 마지막과 시작이라는 것,
나는 무뎌졌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은 그 마지막과 시작이라는 경계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마지막 인사라는 것이 얼마나 가슴이 찡한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올바르게 성장한 아이에게 그것만으로도 멋지다고 말해주고 싶다.
감정이라는 것은 가르칠 수도 주입시킬 수도 없지만 내 마음에 자연스럽게 들어온 그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마음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가르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그게 머라고 슬퍼하고 울고 있니!' 라며 앞으로 덜 슬퍼하도록 그 감정에 무뎌지게 할 수도 있었지만 따뜻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이 뭉클함을 없애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 냉랭한 이 세상에서 풍부한 감수성으로, 살아가기 조금은 더 힘들지라도 조금 더 따뜻한 사람으로, 조금 더 사람답게 온기 있게 키워내고 싶다.
그리고 나도, 2024년의 마지막날은 눈물이 날 정도로 멋진 한 해를 보내봐야겠다. 무뎌진 시간의 경계에 조금 더 설렘을 줄 수 있도록 멋지게..
올해도 아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는지 언제나 유념하며 대화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모든 부모님들이 나처럼 유념하며 살아갔음 하는 바람 하나 더 추가...
-제 육아대화법을 지켜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모든 작가님들 새해에도 언제나 행복하게~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