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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Sep 08. 2024

위대한 식탁, 다꾸다꾸

나에게 위대한 식탁은?


'위대한 식탁' 제목만으로 '엄마의 식탁'을 떠올리며 이 책을 데려왔어요. 저에게 위대한 식탁은 언제나 엄마가 차려주시는 식탁이에요.


자식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만들어 차려주기에 귀한 밥상이지요.  더군다나 이제는 친정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밥상이니까요.


<위대한 식탁>에 풍성하게 올려진 복숭아.

여름 내내 달콤하고 부드러운 물복과 단단하지만 달콤하고도 아삭한 식감의 딱복. 보자마자 군침이 입안에 그득해집니다. 여름의 끝자락에 서니, 조금 있으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복숭아 생각에  여름마저 아쉽게 느껴집니다.



저는 엄마의 식탁을 떠올렸지만 위대한 식탁은 온 세상에 펼쳐져 있지요. 공원, 쟁반, 길거리 카페, 캠핑장, 놀이마당, 대피소...

그런 음식들이 차려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땅에서 정성껏 가꿔야 합니다. 어쩌면 위대한 식탁은 씨앗을 심는 순간 예견된 것이기도 한 것 같아요.


땅이 주는 위대한 선물, 바다가 주는 풍요로운 선물들.... 온갖 생명들이 온 세상에 있고, 그렇게 생명이 가득한 음식들이 식탁에 차려지지요. 벌써 마음이 넉넉해지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밥은 먹었니?'

사람들은 습관처럼 인사치레로 하는 듯하지만

먹고살기 힘든 시절엔 그것이 가장 중요한 안부 인사였을 거예요.


여전히, 부모님께 전화드리면 "밥은 먹었니?"가 단골 인사말입니다. 안에는 다 꺼내지 못할 다감한 말들이 꾹꾹 눌러 수북하게 담겨 있지요.


잘 지내지? 건강하니? 잘 챙겨 먹고 있어? 보고 싶다.... 등등 수많은 말들이 담겨있다는 느낌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밥 먹었니?'라는 말속엔 또 어떤 말들이 담겨있나요?


책 속에서도 누군가와 나누는 자리, 나의 것을 기꺼이 나눠먹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 어느 자리에 차려진 식탁은 위대한 식탁이 되는 것 같아요.


보는 내내,  따스하고, 마음이 넉넉해지고 지금 이렇게 집에서 식탁을 차려서 가족들과 밥을 먹는 시간이 새삼 감사해집니다. 수많은 이들의 노고로 만들어졌을 식탁. 그 안에서 정성과 사랑을, 온 우주의 생명을, 감사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 오늘입니다.


위대한 식탁은 나무 같아요. 아무도 모르게 익어가는 뿌리, 온 세상 지도랍니다.
어디서나 땅은 넉넉히  내어주고 사람들은 정성껏 심고 가꾸지요.


책을 읽으며 발견한 넉넉한 마음, 온 주로부터 받은 감사함, 나누는 기쁨, 배고픈 이들을 옆에 앉히는 베풂.

저의 다꾸 안에도 수북하게 담긴 사랑의 말들이 느껴지나요? 오늘 한 상 차려진 다꾸 안에서 따뜻한 한 수저를 나눠드리고 싶어요. 맘껏 드시고 가세요.


차린 것 많지 않아 부족하지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이야기 꽃이 넘쳐나는 복숭아 향기 가득한 다꾸 한 상 차려 그대들에게 올립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위대한 밥상을 차리고 있을 고마운 그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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