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추석을 맞이하기 전에 '한가위' 관련된 책을 읽어주고 싶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한 반가운 책 하나. <마씨 할머니의 달꿀 송편>에서 마고 할머니가 송편 하나 먹어보라고 손을 내민다. 마씨 할머니의 정겨운 표정, 꿀이 똑똑 떨어지는 달님의 표정에 아니 가져올 수가 있었겠나.
아이들과 접은 종이 송편과 함께
마고 할머니의 전설은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테지만, 마고 할머니는 지구 어머니, 마고. 생명의 근원으로 큰 생명의 위대한 어머니라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하늘도 땅도 없는 세상에 위, 아래를 밀어 하늘과 땅을 만들어 해와 달로 세상을 비추고, 손으로 땅을 긁어 산과 강을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책 속에서도 기침 한 번에 벌판이 생기고 똥 한 번 누면 산이 되었다지.
마고 할머니는 창조의 여신이니, 이 땅은 내 자식과 같을 것이다. 신과 같은 존재로 온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며 보이지 않는 형태로 온 우주를 감싸 안고 함께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늘 세상일이 궁금한 마씨 할머니는 한가윗날 동물 친구들을 초대했지만 어쩐 일인지 아무도 오지 않자, 걱정과 기다림 끝에 달님의 도움을 받아 동물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매년 달님을 보고 모두가 같은 소원을 빌고 있으니 마고 할머니에게 해결 좀 해주고 오라며 평범한 할머니로 변신을 시켜준다.
달님의 소원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이 책이 추석에 관련된 책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읽으면서는 환경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염된 땅에서 병든 금개구리, 더럽혀진 강물에서 죽어가는 물고기, 없어진 갯벌로 쉬지 못하는 새들. 마씨 할머니는 처음 당신이 이 세상을 만들었들 때 마음으로 땅을 빨아내고, 강물을 삼켜 깨끗한 물어 뱉어주고 손으로 다시 갯벌을 만들어 낸다.
가능하다면 다시 마고 할머니가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상상해 본다. 일그러지고 마구 오염된 지구를 바라보는 마고 할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측은하고 안타까울까. 되돌리기 힘든 지금의 현실이 아플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마고 할머니가 사는 마고산 꼭대기에서 달이 뿌려준 달꿀에 별이 내려준 소금별가루가 버물어진 송편. 다 같이 나누어 먹는 풍요로운 한가위가 되길 바란다. 늘상 잘 차려놓은 풍성한 상차림. 가족들과 도란도란 나눠먹지만 점점 먹을 것이 없어 길을 잃고 헤매는 많은 동물들도 함께 풍요로운 한가위가 되면 참 좋겠다.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송편을 만들어 나눠 먹었다. 색종이로 접고 붙여서 만든 송편. 아직 여물지 않은 손으로 종이 송편 만들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지만 동물 친구들과 다 같이 나눠먹는 거니까 만들어보자고 하니, 모두가 열심히 손을 움직여 서로 도우며 만들어 낸다, 고맙게도. 그 마음이 닿으면 좋으련만.
이 책의 저자는 다름 아닌 <할머니의 용궁 여행>을 쓴 권민조 작가이다. 환경 그림책으로 많이 읽히는 책 중의 하나. 매년 빠짐없이 아이들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책인데, 어쩐지 할머니가 정겹게 느껴진 이유가 여기 있었다. 마씨 할머니가 어딘가 본 듯한 얼굴처럼 낯익었던 것은 바로 할머니의 용궁 여행에서 나오는 할머니와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통해 하늘, 땅, 사람이 하나이고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단군 신화의 마음까지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장까지 웃게 만드는 한 컷. 설날에도 떡국을 만들어 동물들 먹일 생각을 하시는 손도 크고 마음도 큰 마씨 할머니. 이 지구에서 가래떡 먹고 오래오래 평화롭게 살아가면 좋겠네.
추석에도 읽으면 좋을 <마씨 할머니의 달꿀 송편>. 환경 관련 그림책으로도 손색없는 책이니 보름달이 지기 전까지 송편 빚으며 한 권 뚝 딱 드셔보시길! 보름달이 진 후에라도 환경에 관련된 이야기로 두고 두고 나눠 보시길 추천해 본다.
달님, 달님!
올해도 풍성한 한가위를 맞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주시기 어렵다는 거 알지만 우리들 소원 좀 들어주세요! 내년에는 마고 할머니 초대에 온 동물들이 모여 떡국 먹을 수 있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요.
마고 할머님께도 꼭 좀 전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제 소원은 따로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거라서요, 보름날밤 달님께 은밀히 빌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