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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Sep 22. 2024

라이프 재킷, 다꾸다꾸

삶은 바다와 같아서...

이현 작가의 라이프 재킷.

읽기 전에 전혀 어떤 스토리인 줄 모르고 청소년 문학, 이현의 '푸른 사자 와니니'를 읽은 후라 작가를 믿고 책을 펼친다. 그러고 보니, 이런 작가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도 함께.


처음부터 빠져드는 이 느낌은 무엇. 어떤 이야기를 펼쳐나갈지 궁금해지고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넘기는 느낌으로 몸을 수그리고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천우신조호.

소설 속 등장인물 남매의 이름을 딴 배의 이름이다. 지금부터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모험이 펼쳐진다. 이 배를 탄 천우, 신조와 여러 친구들도 배를 타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책을 읽는 독자처럼.


우리, 요트 탈래?

천우는 인스타 스토리에 올린 요트 모는 법도 모르는 천우의 허세 가득한 스토리.

#우리집요트 #돛을올려버려 #천우신조호 #해운대라이프 #플렉스_릴렉스 #롸잇나우 #요트탈사람

해시태그 가득 넣어 사진에 쓴 '우리 요트 탈래?'라는 말이 이렇게 거대한 파장을 일으킬 줄은 몰랐겠지.

천우의 스토리를 보고 모여든 친구들. 아니 친구라고 하기에 애매한 친구들도 함께 한 배에 같이 타게 되었다. 어쩌다 같은 배에 몸을 실은 이들. 각기 다른 이야기를 사연을 가진 아이들. 그들이 같은 배에 탔고, 무모한 도전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속, 터지지 않는 스마트폰, 갑작스러운 사고, 배 위에서 그들은 자신만의 색깔로 각자의 역할을 해 나간다.


이 소설은 삶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삶은 늘 아름답고 평화롭지만 않다. 때론 공포스럽고, 안개처럼 자욱하게 휩싸인 희미한 미래가 기다리는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렇기에 더욱 찬란하기도 하고 기대나 희망을 품게 되기도 하는 건 아닐까.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 항해를 같이 하게 된다. 숨을 죽이고 닥친 일들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며, 그래도 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서.


인생은 그러하지 않은가. 예상 적중률에 맞게 인생이 펼쳐지면 더욱 좋겠지만 미리 짜놓은 판이 아니니까. 누구를 만나게 될지도, 어떤 순간이 다가오게 될지도 모른다. 펼치기도 전에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고 펼치면서부터 호기심으로 가득 차오르는 사람도 있을 테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같은 삶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삶의 항해자

거칠고 험한 바다 위를 건너는 사람들. 바람이 불면 그 비바람을 이겨내고, 때론 파도가 닥치면 흠뻑 몸에 적시면서 다시금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버티면서. 찬란한 햇살이 비치는 바다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삶을 즐기고, 바람을 타고 바다 위를 바라보며 그 순간을 즐기기 한다. 그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바다의 어느 지점에서 각자의 배를 타고 떠나는 항해자.



#신조와 천우

어쩌면 둘은 배다른 형제로 같은 집에서 다른 삶을 살아간다. 어른들의 삶으로 아이들의 삶이 휘둘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저 안정된 집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신우는 천우 아빠의 새 아내의 딸로, 먹지 않아도 될 욕을 먹으며 자란 어린아이의 삶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따라 각자의 경험이 되고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가끔 주변에서도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잘 자라날 아이들을 발견하곤 하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한창 예민한 시기에 방황하게 되고, 어른들에게 온전히 보호받거나 위로받지 못한 채 혼자서 고통을 고스란히 겪어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어른들의 잘못이 가장 큰 것만 같아서 미안하다.


#압류통고장이 붙여진 보트

바다 위에서의 예상치 못한 아슬아슬한 모험. 바다는 우리들의 삶처럼 알 수 없는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제 파도가 닥칠지도 모르고, 언제 배가 뒤집힐지도 모른다. 항해하다가 누군가와 마주치거나 안갯속에 숨어있던 거대한 수초나 바위를 만나 부딪히는 위험에 처할지 모르는 일이다.


아직은 어린 고등학생들에게 바다 위에서 만나게 된 일은 어떻게 막을 수도 없이 파도처럼 휩쓸려 순식간에 평화로웠던 그들의 삶을 뒤집어 놓았다.



#신조

"살아가는 일이 이렇게나 지독한 줄은 몰랐다. 학교에서 그렸던 인생 곡선처럼 오르고 내리는 일인 줄만 알았다. "


#류

"이야기와 삶은 달랐다. 삶은 마음에 드는 설정만 골라 편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다는 천우신조호였고 장진이었고 장진의 엄마였다. 호주의 바다는 부산의 바다였고 그 섬의 바다였다. 이야기와 삶은 달랐다. 삶의 이야기는 만드는 게 아니었다. 살아 내야 하는 거였다. 그러나 편집은 작가의 몫, 그것만은 같았다. 류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했다. 어떤 이야기를 원하느냐고. 어떤 이야기를 살아내고 싶으냐고."


#그날의바다

삶은 내가 그리는 대로 그릴 수 없는 일들이 많다. 바다 위의 항해처럼. 다만 나에게 주어진 상황, 겪은 일을 내 안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음 발자국을 어떻게 내딛는지에 따라 삶은 달라질 수 있다. 다르게 그려지고, 다르게 기억되는 것이다. 각자에게 그날의 바다는 어떤 기억의 조각들로 남아있게 될까.


#신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후회할지도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삶은 바다처럼 무정한 것이다. 파도의 일을 막을 수는 없다. 그 바다가 신조에게 알려주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그럼에도 파도에 삼켜지지 않는 일이다. 자신을 잃지 않는 일이다. 신조는 그러기로 했다. 단 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작고 작은 인간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하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서도 단단히 지켜내는 힘. 그건 나만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신조의 그런 굳은 다짐을 보면서 겪은 일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그렇게 인생의 한 고개를 잘 넘어가고 있다는 안도의 마음,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빛은 바람의 징조이며 또한 바람은 빛을 그려 내기도 한다는 사실을 배워 온 내 모든 지난 시간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하여 라이프 재킷, 그 바다에서도 나를 계속 나아가게 만드는 그 무엇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에게 살아가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건져 올려주는  '라이프 재킷'은 무엇일까?

나에겐 아마도 더 괜찮은 나로 성장하고 싶은 단단한 마음이 아닐까. 나 자신은 결국 내가 지켜야 한다. 오늘도 아름답고 찬란한 하루를 위해서 더 나은 나로 한 뼘 자라기 위해 허리를 곧추 세우고, 마음을 다듬어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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