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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Dec 01. 2024

나는 빵점, 다꾸다꾸

우리는 모두 빵점이야!

한라경 작가님의 <나는 빵점>이라는 책은 빵을 좋아하는 나에게 너무 사랑스러운 그림책이에요. 수업 시간에 책 읽어주는 어린이 활동을 하는 동안 서휘가 소개해 준 그림책이랍니다.


식빵, 생긴 것도 평범하고 밋밋한 빵 한 조각. 빵집에는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빵. 어느 날 예쁜 유리 진열장 안에 들어있는 화려한 케이크를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되지요. 식빵에게는 겉모습부터 다르고 완벽해 보이는 케이크를 보면서 자괴감에 빠져들었어요.


"난 이게 뭐야. 누렇고 밋밋하기까지 해. 나는 빵점이야, 빵점!"

TV 화면 속에 나오는 화려한 연예인들의 집, 그들의 멋진 삶을 보면서 '멋있다, 우와, 집 진짜 좋다!' 하면서 보다가 결국에는 내 지금의 모습과 삶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는 경우 있지 않나요?  


SNS에서 지인들의 멋있어 보이는 인생의 한 컷, 한 컷들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자연스럽게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하지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우와!' 했다가 뒷 마음은 개운치 않게 씁쓸해지는 마음을 건져오는 순간들이 생기기도 해요. 아무리 평소에 내 삶을 잘 가꾸어 나가다가도 자괴감이 드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최근 SNS 사용하는 많이 사용할수록 우울증을 앓게 될 확률이 더 높아지고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걸 보면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합니다. SNS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의 처지와 달리 잘 사는 척 가면을 쓰고 살아가게 되어 그 괴리감을 더 키우기도 한다고 해요. 심해지면 허구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삶을 살게 되는 '리플리 증후군'과 같은 정신 질환을 겪게 된다고 하니 SNS의 부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비교의 잣대를 내려놓고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비교에서 벗어나 진짜 '나'라는 존재 자체로 내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는 것이 필요해요.  



타인과 비교함으로써 생겨나는 상대적 박탈감은 행복을 갉아먹는 벌레와 같다.
남의 기대와 욕망에 맞춰 살아선 안 된다.


'삶을 위한 삶'이라는 생존을 위해
자아실현이라는 가장 높은 욕구가 잊혀지면 안 된다.
비록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큰 부자가 아니더라도
타인의 시선에 맞추지 않고 자기 자신에 흡족한 삶이면 충분하다.


                                            -강용수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식빵은 주변에 있는 소라빵, 소보루빵, 찹쌀빵들과 잘 살아오다가 불현듯 마주친 크림 듬뿍, 과일이 장식된 케이크를 보고 무너져버린 거잖아요. 식빵은 소보루빵에게 울퉁불퉁하고 잘 부서지는 너를 보라고 하고 소라빵에게 속이 뻥 뚫린 허술한 모습을 직시하라고 하고,  질척거리며 찐득거리는 널 좀 보라고 하지요.



"우리는 모두 빵점이야!"


식빵이 외쳤지만 친구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매력점이 다를 뿐 우리는 모두 각자 멋지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식빵에게도 겉보기엔 밋밋해 보이지만 달걀과 함께하면 더 맛있고, 쨈 바르고 재료를 골고루 넣으면 더 맛있는 샌드위치가 되는 변신의 귀재 식빵의 매력을 이야기해 주지요.



모두가 각자의 모습에서 '~답다'라는 말을 붙여보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매력과 특징들로 똘똘 뭉친 한 명, 한 명의 귀한 존재들이에요. 누구나 완벽하고 싶지만 완벽한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울퉁불퉁 생긴 소보루 빵은 잘 부서지지만 그 보슬보슬 떨어지는 점이 매력이고 따로 떼어서 먹으면 얼마나 달콤하고 맛있는지요. 찐득찐득 먹을 때 달라붙지만 찹쌀빵은 찹쌀로 만들어져서 건강한 데다가 쫄깃한 맛으로 먹을 수 있고요.  


빵들은 활짝 웃으며 다 같이 이렇게 외칩니다.

"우리는 빵점이야!"

우리 모두가 빵답다는 의미이겠지요. 모두 다른 맛과 멋이 있는 그들의 빵점!



최근 지드래곤을 향한 지나친 시선들이 불편해졌을 때 지디의 영상을 보면서 인간적이고도 깊은 지디를 만난 적이 있어요. 최근에는 김이나의 라이오에서 청취자가 '완벽과 완성'의 차이가 무엇이고 어디에 무게를 두는지에 대한 질문에 지디가 답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어요. 어리지만, 보통 열심히 살지 않으면 깨닫지 못할 핵심을 그는 너무도 잘 와닿게 설명해 주더라고요.

기준점은 상대적이다. 완벽을 추구하려면 완성이 안되고,
완성이 되려면 적어도 제 기준에는 완벽하다고 생각해야 완성이 된다.
하나를 추구할 수 없다. 완벽할 수는 없다.
이것이 자기만족이라고 하면 완벽의 기준은 없기 때문에
답안지처럼 정해진 답이 없다.
-지드레곤-



그 어디에서 답안지가 없는 인생인 각자의 삶에서 자신의 기준으로 자기답게, 자신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정말 멋있는 삶이겠지요. 우리는 모두 '특별한 점'을 갖고 태어났으니까요. 그 타고난 '점'답게 나만의 인생을 찬란하게 걸어가요.



이번 다꾸는 펜과 색연필만으로 완성해 보았어요. 빵 한 조각씩 열어보면 각자의 참맛이 느껴지도록 했고요. <나는 빵점>을 소개해 준 우리 반 꼬맹이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오늘의 다꾸다꾸를 펼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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