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클래식 공연을 갔다.
우연히 가게 된 공연이라 공연을 즐기기 위한 준비는 충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 한 번 공연을 본 적 있는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나마 마음 편히 즐기자는 마음으로 갔다.
만 39세 이하를 대상으로 2년 전에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오케스트라는 생각보다 제법 규모가 컸다. 프로그램도 그 유명한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가 포함. 그러나 공연을 다 보고 나서는 언젠가 봤던 이전 공연이 오히려 많이 떠올랐다.
너무도 유명한 주 멜로디임에도 그 멜로디를 반복해서 쌓아가는데, 강약과 변주를 반복하여 끊임없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마지막 클라이맥스에는 차곡차곡 쌓아온 모든 서사와 감정이 한방에 터지는, 그야말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하다못해 트라이앵글 소리조차 절제되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무엇하나 거슬리는 것 없이 완벽했던 공연. 속이 뻥 뚫리는 경험을 선사해 줬던 그날의 공연이 얼마나 생생했는지, 이제 것 잊고 있었다.
아직 신생인 이 오케스트라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였다. 그나마 악장과 부악장의 실력이 도드라져 바이올린 4명, 첼로 2명, 비올라 2명까지 총 8명이 멱살 잡고 끌고 가는 현악파트는 나쁘지 않았는데, 중간중간 솔로로, 그리고 곡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관악파트가 깔끔과는 거리가 먼 소리를 내서 자꾸만 몰입을 방해했다. 유일하게 눈에 띄던 오보에, 그리고 8인의 악장, 부악장들 덕에 그래도 최악은 면한 연주. 그럼에도 이들을 끌고 나가는 지휘자의 열정이 그나마 곡의 어우러짐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었다.
오랜만에 본 공연 치고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공연을 봤다는 그 자체가 이전의 좋은 공연들을 많이 떠올리게 해 주었다. 조만간 가게 될 전주 시향, 서울 시향 공연을 기대해 본다. 온몸의 전율을 느끼게 해 주던 공연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