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담그는 날

숲 길 내려와서야 알았네

by 초록빛


하이얀 행주 들고


정갈한 바람을 적셔

장독을 닦는다.


볏짚 태워

묵은 장독 어둠 사룬다.


바람을 블러서

새 빛으로 가두고


뽀얗게 삶은 행주

햇살에 적셔가며


'일년 밥상 내내

풍성하고 행복하게 해 주소서~'

닦고 또 닦는다.


살아나는 장맛에

향긋한 밥상 생각하며

그 눈빛 맑게 돋는다.


저만치 가는 꽃샘 추위

바람결은 한결 부드럽지만

장 담그는 아내의 눈빛만은

신들린 무녀다.


이 날 만큼은

아내는 온 집안을 들썩이는

푸른 파도다

밝은 햇살이다.


오늘 저녁 밥상에는

달래 깍두기에 씀바귀나물 무친

아내의 정성 넘쳐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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