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by 에시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겠다.

된장찌개일까, 김치찌개일까, 아니면 LA갈비?


하지만 그건

엄마가 좋아해서가 아니라

자주 식탁에 오르던 음식들이라

그렇게 기억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늘 말한다.

“다 좋아. 딱히 없어.”

“네가 먹고 싶은 걸로 해.”


그 말은 취향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취향을 뒤로 미뤄온 사람의 말처럼 들린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취향’은
사실 정확하지 않다.
엄마는 늘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맞춰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가만히 떠올려보면

분명 반복되는 장면들이 있다.


식탁에 앉으면

엄마는 항상 마지막에 젓가락을 든다.

우리 그릇이 어느 정도 비워진 뒤에야

자기 몫을 가져간다.


남은 반찬,

조금 식은 국,

모양이 흐트러진 전,

모서리가 잘린 생선.


엄마는 그걸 먹으면서도

“이게 제일 맛있다”고 말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아마 엄마가 좋아했던 건

특정한 맛이 아니라

남겨진 걸 책임지는 자리였을 것이다.


식탁이 어색해지지 않도록,

음식이 버려지지 않도록,

누군가는 끝까지 먹어야 했으니까.


그래서 엄마의 음식에는

늘 큰 욕심이 없다.

천천히 식어도 괜찮고,

다시 데워도 괜찮고,

오늘이 아니어도 내일 먹을 수 있는 것들.


한 번 끓여두면 며칠을 이어 먹는 찌개,

조용히 식탁을 지키는 반찬들.


엄마는 그렇게

자기 취향보다

식탁의 균형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엄마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은

아직 엄마 자신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여전히 엄마에게 뭐 먹고 싶어? 라고 물으면

엄마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글쎄… 다 괜찮은데.”


그 짧은 망설임 속에

오래 미뤄둔 엄마의 진짜 취향이

아직 식지 않은 채로 남아 있을 것이다.


더 늦지 않게 찾아 주고 싶다.

이전 19화엄마의 다음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