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다는 엄마의 연락

by 에시

엄마에게서 가끔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다.

시간은 늘 애매하다.

저녁과 밤의 경계쯤,

괜히 다시 걸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할 것 같은 시간.


그래서 나는 바로 전화하지 않고

톡을 먼저 보낸다.

“무슨 일 있어?”


잠시 후,

엄마는 전화를 하지 않고

문자로 답한다.


“아니야. 그냥.”

그리고 꼭 한 줄을 더 붙인다.

“바쁘면 괜찮아.”


그 말은 늘 필요 이상이다.

나는 바쁘다고 말한 적이 없고,

엄마가 괜찮아질 이유도 없다.

“그냥… 밥은 먹었나 해서.”


말끝은 조심스럽고

목소리는 낮다.

마치 혼잣말을

실수로 나에게 보낸 것처럼.


엄마는 요즘

연락의 목적을 최소화한다.

안부 대신 확인만 하고,

대화 대신 명분을 만든다.

괜히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나는 답장을 길게 쓴다.

오늘 있었던 일,

별것 아닌 이야기들까지 덧붙여서.

엄마가 굳이 다시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지만 엄마는 늘 같은 말로 마무리한다.

“그래, 다행이다.”

“몸 잘 챙겨.”


그 문장들은

대화를 끝내기 위한 말 같지만

사실은

연결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처럼 느껴진다.


엄마는

나와 멀어지지 않기 위해

말을 줄이고,

목소리를 낮추고,

부탁하지 않는 법을 배운 사람 같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엄마가 나에게서 원하는 건

긴 통화도, 자주 하는 연락도 아니라

그저

“여기 있다”는 신호 하나였을 거라고.


다음에 또 부재중 전화가 찍히면

나는 이번엔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걸어야지,

생각해보지만

막상 그 순간이 오면

또 톡을 먼저 열어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겠지.


엄마,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돼.

나는 지금

엄마한테서 온 연락을

이미 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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