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순간

by 에시

엄마는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한다.


“이거 아직 쓸 수 있지 않나?”

“누가 쓰면 좋을 것 같은데…”


그 말은 꼭 물건을 향한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어느 날 엄마에게서 톡이 왔다.

사진 한 장.

몇 년은 된 듯한 가방이었다.

손잡이는 닳았고,

모서리는 색이 바랬다.


“이거 너 쓸까?”


나는 바로 답했다.

“아니, 괜찮아.”

필요 없다는 말보다

괜찮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엄마는 잠시 후 이렇게 답했다.

“그래. 그럼 놔둘게.”


놔둔다는 말은

버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필요해질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그 안에 들어 있다.


엄마는 버리는 대신

쌓아둔다.

옛날 옷,

한 번도 안 쓴 그릇,

언젠가 쓸지도 모르는 비닐봉지들.


나는 가끔 답답해진다.

왜 저런 걸 아직도 갖고 있을까,

왜 정리를 못 할까.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는다.

엄마에게 물건은

기능보다 기억에 가깝다는 걸.


그 가방에는

어디서 샀는지,

언제 들고 다녔는지,

누구와 함께였는지가

같이 들어 있다.


그래서 엄마는

쉽게 버리지 못한다.

물건을 버리는 건

시간을 버리는 일 같아서.


나는 요즘

엄마의 “놔둘게”라는 말을

다르게 듣는다.

그건 미련이 아니라

기다림이라는 걸.


언젠가 다시 쓰이길 바라는 마음,

아니면

그 시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다음에 또

“이거 너 쓸래?”라는 톡이 오면

나는 조금 더 천천히 답해야지 생각한다.


필요하냐고 묻는 말 뒤에

엄마가 놓지 못한 시간이

함께 건네지고 있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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