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국인 엄마들이 좋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많고 경험한 것도 많지만, 바로 이웃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내가 갖고 있는 중국의 이미지마저도 어쩌면 다양한 매체에 의해 씌여진 가짜뉴스 같은 흐릿한 스케치일지도. 그래서일까? 나는 중국에 대해서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은 그들의 순수함으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참 부럽다.
우리 딸의 가장 친한 친구들은 모두 중국인이다. 그들이 얼마나 착하고 매너가 좋은지에 대해 그들과 친구가 되기 전부터 말을 해왔다. 밥을 먹으며 말을 할 때 입을 손으로 가린 채 말을 하는 친구들은 모두 중국인이라며 말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인상을 나도 받았다는 것이다. 내가 어학원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예의가 바르며, 순한 기질을 가졌다. 우연의 일치일까? 딸의 가장 친한 친구의 엄마 H도 나와 같은 어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도 나처럼 자녀 교육 때문에 자신과 아이들만 싱가포르에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친분이 있는 또 다른 중국인 엄마 J도 같은 이유로 싱가포르에 왔다(자녀교육으로 싱가포르 조기유학을 온 외국인들 중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자녀 교육
남편의 사업으로 싱가포르에 온 Y를 제외하고는 모두 조기 유학이라는 이유로 이곳에 왔다. 고향이 충칭인 H와 광저우 출신의 Y는 모두 베이징에서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녀들 모두 높은 학구열 속에서의 경쟁을 경험했고,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을 했다. 나 역시 그랬다. 이런 점에서는 서로 할 말이 많았다.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경험은 다양성을 경험하는 것, 그리고 그 나이에 누려야 하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었다. 중국인 엄마들이 전 과목 과외를 시킬 정도로 학구열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내가 아는 엄마들은 자녀들의 관심과 흥미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수업을 시킨다.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더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혹은 아이의 관심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한다. J의 가족은 이번 여름에 이집트에 간다. 그의 아들은 테니스 토너먼트에서 패배했지만 이집트에서 열리는 본선에 진출한 다른 선수들의 시합이 보고 싶어 했다. J는 이 여행이 아들에게 좋은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이집트라는 나라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을 테지만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서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자녀 교육에 있어 대화하는데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그들의 기질적인 면
내가 이곳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참 순하다. 내가 남편에게 “중국 엄마들은 참 순하고 부드러워.”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남편은 아마 그들이 부유하게 자랐기 때문에 모난 점이 없어서 그럴 것이라 했다. 일부 공감하는 말이다. 현실의 슬픈 이면이지만 마음의 여유는 경제적 여유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언제나 “Yes”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철칙이 있고, 비판적 사고를 할 줄 안다. 한 번은 어학원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주제로 토론을 하였는데 공정성의 결여를 비판하고 개인 앞에 놓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적극적으로 답을 내는 모습을 보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속했던 사회를 생각하면 이러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가. 그들의 말속에는 객관성, 정의, 용기와 단호함이 있었다. 늘 순했던 이미지를 보여줘서 인지 한번 내보인 단호함이 오히려 더 힘 있어 보였다.
자기 계발과 삶에의 도전적인 측면
내가 만난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혜택 받은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그렇기에 스스로 늘 발전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어학원에서 H를 만날 수 없었다. 어찌 된 일이지 물어보니 NTU(난양공과대학)에서 MAP(Management Associate Programme) 과정을 듣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들 교육도 중요하지만 자신도 계속 배워야 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또 다른 엄마 Y는 영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늘 열심이다. 사실 싱가포르 인구의 75%가 중국계 싱가포르인이기 때문에 이곳으로 이주한 중국인들은 언어적으로 큰 문제가 될 일이 없다. 하지만 Y는 바쁜 남편 대신 자신이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남편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어학원에서 만난 M 역시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자신의 어머니를 본받아 본인도 경제적 책임을 지는 어른이 되고 싶다며 말이다. 이처럼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그들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그들은 나에게 좋은 자극을 준다.
청결
어느 날 우리 헬퍼가 말한 적이 있다.
“마담, 내 친구들은 중국인 고용주와 일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대요. 청소를 너무 많이 시킨대요.”
실제로 그렇다. 그들은 정말 깨끗하다. 내가 처음 콘도 뷰잉을 할 때 대부분의 중국인 세입자들의 집은 깨끗했다. 그리고 내 주변 중국인 가정 헬퍼들의 하루 스케줄을 물어보면 청소를 정말 열심히 시킨다. 그만큼 청결에 대해서는 엄격한 편이다.
어느 날 H가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다. H의 집은 Landed-house, 즉 단독주택이었다.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이렇게 큰 집을 관리하려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 안에 들어서자 깔끔한 집안 내부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H의 집은 정말 깨끗했다. H는 꽃게를 보여주겠다며 부엌으로 아이들을 불렀다. 싱가포르에서 헬퍼가 있는 가정의 부엌은 대부분 헬퍼의 전용 공간이다. 고용주의 간섭이 그나마 제일 덜 가는 곳이랄까. 그런데 이 집은 부엌마저 깔끔했다. 오죽하면 싱가포르에서 헬퍼를 구할 때 중국계 싱가포르인 가정에서 일했던 헬퍼와 계약하면 청소에 대해서는 걱정을 덜어도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중국인 엄마들이 좋다. 같은 동양 문화권 내에 있기 때문에 가치관이 크게 다르지 않고, 다른 문화를 존중할 줄 알고, 진취적이고, 순수하며 강단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을 통해 배우는 점이 많았다.
그리고 깨달은 점, 언제나 나를 가로막는 것은 강한 자기 확신과 편견이다. 그렇기에 더 많은 직접적인 경험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