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이 가지는 의미 확장
아이 교육 때문에 싱가포르에 왔지만, 엄마 역시 배우고 성장한다. 이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모든 것들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지만, 역시 부모로서 배우게 되는 것은 외국인 엄마들의 교육 방식을 접할 때이다.
나와 교류가 잦았던 엄마들 중 아이들 교육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했던 이들이 있다. 스리랑카인-영국인 엄마, 이스라엘 출신의 유태인 엄마, 그리고 미국인 엄마이다. 그리고 이 세 명의 엄마들과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그들의 자녀 교육 공통점은 바로 ‘식탁’이다.
식탁은 ‘음식을 차려 놓고 둘러앉아 먹게 만든 탁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우리 집에서도 당연히 그러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식탁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란 무엇인가?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했다는 스리랑카인-영국인 엄마 J는 학생 시절 부모님과 식탁에서 식사를 하며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자신의 지식이 확장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 수업 시간에 배웠던 문학 작품에 대해 나누었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는데, 단순히 부모님의 견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질문을 통해 늘 자신이 여러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도록 하셨다고 했다. 이러한 교육을 받아온 터라 J 역시 아이들에게 같은 환경에서 교육을 행하고 있었다. 한 번은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아 그 집에 간 적이 있었다. 그녀와 남편은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무슨 과목이 제일 재미있는지 물었고, 아이들은 PE시간이 가장 재미있지만, 오늘 했던 후프를 던져서 고리에 넣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J의 남편이 말했다.
“오, 나도 그건 참 어려웠어. 하지만 연습하고 연습하고 결국엔 해냈단다. 그때 느끼는 기쁨은 정말 대단하지. 너희도 그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대답했다.
”우리 내일 학교에서 다시 연습해 볼까?”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했을 법한 유태인들의 교육법, 나 역시 그러했다. 가장 똑똑한 민족이라 일컫어지는 그들의 비결을 무엇일까? 이스라엘인 엄마 T는 아이들에게 매일 그날에 필요한 교육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꼭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하고 끝날 수 있도록 말해준다고 했다. 자신들은 역사 속에서 언제나 생존을 위해 살아갔기 때문에 오늘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늘 감사한다고 했다. 그들의 교육이란 그저 평범한 일상이다. 저녁 시간에 식탁에 앉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함을 서로에게 전한 후(평범한 대화일 것 같으나 이 것이 그들의 기도방식이며, 주로 금요일 저녁식사 시간에 이루어진다), “오늘 학교는 어땠니?”라는 가벼운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들, 오늘 배웠던 수업, 교우관계 등 하루동안 차곡히 쌓아두었던 기억들을 꺼내어 식탁에 풀어놓는다. 그녀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말을 해준다.
“오늘 정말 멋진 하루를 보냈구나.”,
“다음에는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서 도움을 줄 수 있겠니? 너는 용감하기 때문에 할 수 있을 거야.”,
“너는 정말 빨리 배우는구나, 대단한걸?”
그리고 우리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할 때도,
“이렇게 멋진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하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하며 아이들의 우정을 더욱 돈독히 만들어준다. 그들이 내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오늘의 감사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나 역시 배웠다.
미국에서 온 엄마 T는 자녀 교육에 있어 학습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조급해하지 않는다. 가장 큰 교육은 아이가 보낸 하루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다. T와 그녀의 남편은 서로 일을 하기 때문에 주중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저녁 시간이다. 그렇기에 대화는 항상 아이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한 번은 아들의 같은 반 친구가 생일 파티를 하는데 여자친구들만 초대를 해서 매우 속상하고, 심지어 그 친구가 무례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T는 아이의 속상한 마음에 공감하면서도 왜 그 친구가 왜 그러한 결정을 하였는지 생각하고 존중해야 할 것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T는 책을 읽는 것보다 상대방을 이해해 보려는 마음과 존중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아이가 올바른 공감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하루 중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식탁은 단순히 밥을 먹는 장소를 넘어 흩어져 지냈던 가족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아이가 가족 구성원으로서, 나아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그들의 식사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들의 생각의 지평도 넓어진다.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는 오늘의 저녁식사에서 파생된 내일이다.
우리 집 식탁도 밥상머리 예절을 가르치고, 저녁 메뉴를 음미하는 한정된 공간적 의미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딸과 풍성한 이야기로 채우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