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데 작가 아닌 나.
나는 출근길에 붕 떠 있다.
항상 붕 떠서 주변을 신경 쓰지 못한다. 그러다가 옆에서 쿵, 앞에서 으악. 밀쳐지고 구겨지면서 현실로 돌아오곤 한다.
언젠가 번듯한 출판사에서 종이책으로 맞이할 내 책이라던가, 언젠가 번듯한 제작사에서 작업하게 되는 내 시나리오나 드라마라던가.
붕 떠서 상상 속을 걷는다. 매일. 상상은 할 수 있는 거니까.
와장창. 깨져버리는 순간이 와도 언제든 다시 붕 떠서 유유히 몸을 움직인다. 겉으로 볼 때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 냉정한 표정으로 딱딱하게 걸어가는 모습일 거야. 아니, 아마, 바보 같은 표정으로 느릿하게 걸어가는 모습일 거야. 아니, 아마. 와장창!
그래, 와장창! 그런 모습일 거야. 그러고 보니, 매 순간 깨지며 출근하는 모습일 테니 와장창일거야.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자리에 앉아 있다.
내 직업은 홍보 담당자. 영어로는 마케터. 세부적으로는 콘텐츠 마케터. 하지만 작은 회사라서 모든지 하는 모든지 마케터. 아니, 그냥 홍보 담당자이자 영상 제작자이자 디자이너. 너무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내 직책은 하나.
그 하나의 직책으로 내 자리란 곳에 앉아 있다.
예술인 자격을 가진 작가인데 내 주 수입은 마케팅과 기타 제작업. 작은 회사, 매 해 수입이 준다며 능력은 인정해 주지만 깍아내릴 때가 더 많아 내 월급은 평균도 되지 않는. 그 마저도 벌지 않으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으니까 일을 하고, 그래도 업무에서 성취감을 느끼려고 애를 쓰며 작업하고, 그런 나를 이용하는 회사란 것을 알면서도 열심을 내는 내 자리. 그 자리를 지키려고 예술 활동을 엄두 내지 못하는 현실과 내 출근길 다른 세계와의 괴리감.
그래도 나는 일하고, 그래도 나는 출근 세계를 포기하지 못한다.
괴리감 속에 시작했다가 괴리감 속에 마감하는 하루는 누구보다 달콤하고 누구보다 다정하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쩌겠나.
내 삶인데.
그래서 글을 써 본다.
계속 써 본다.
누군가나 어떤 사물에 기대지 않고.
커피에 기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