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맛도 내맛도 아닌데, 그게 나야.

나는 어디에 있나. 모르겠으면 일단 울어.

by 담하dam ha

어른이 된 후, 아이러니하게도 눈물이 많아졌지만 울지 않게 되었다.

울면 안 되는 병이라도 생겼나.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참는다.

왜 슬픈데 참고, 아픈데 참고, 즐거운데 참느냐면...누군가 정답을 줄 수 없는 일 아닌가. 하고 스스로 답한다.

근데 또 이상한 것이, 어른이 되면 명확할 것 같은 길이었는데.

매일, 매 순간 길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곧 울고 싶어진다. 그 때는 눈물이 줄줄 참지도 못하고 흘러내리는 것이 언제나의 역치.

아이러니가 아이러니를 불러온다.

왜 나는 아직도 길을 잃은 것일까. 그럼 또 내가 대답한다. 돈이 없어서 그래. 그럼 또 내가 대답한다. 돈이 많은 사람도 똑같을 거야. 그럼 또 내가 대답한다. 돈이 많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어. 그럼 또 내가 대답한다. 일이나 열심히 하자.

그렇게 답이 끝나면 이상도 하지. 길을 잃어버린다. 또.

일을 하면 길 잃은 것을 잊어버린 것일까. 길을 찾은 것일까. 혹은 둘 다 아닌 제 3의 뭔가가 있는 것일까. 제 3의 뭔가라면...애초에 길을 잃지 않은 것일까.

예전에 누군가 나한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 고민을 해서 길을 잃어버린 거야.'

생각이 많긴 하지만 길을 잃은 것은 생각을 해서가 아니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라고. 당시 어렸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답도 정답은 아닌것 같다.

어른들은 길을 잃는 것이 당연하고 나는 어른이니까 길을 잃는다고 어린 나에게 말 해주고 싶지만 어린 나는 그럼 어른이었던 것일까.

조숙하거나 성숙하다는 말을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도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가 아이답지 않고 어른스러운 것은 칭찬이 아니고, 다른 아이다운 아이들이 겪지 않은 그 아이의 수많은 고난을 '어른스럽다.'로 포장하는 말이라고. 어린시절부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동시에 스스로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느꼈다. 아이러니.

나는 어린 시절부터 굉장한 아이러니였고 길 잃기 챔피언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길을 잃는다. 어른이어서 길을 잃는다고 어린 내게 말 해주고 싶은 것도 아마 나름의 정당방위일지 모른다.

지금 길을 잃는 나를 나는 인정해주고싶지 않아서.

아마, 그럴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길을 잃는 나도 충분히 멋지다고 하기에 나는 너무 세상 물정에 절여졌다.

그러니까 길을 잃고 나는 어디에 있나 모르겠으면.

일단 울어.

울면 된다.

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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