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은 독서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아이의 오후 일과를 고려해 일주일 중 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화요일에 학교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고 또 다른 책으로 대출해오는 날로 아이와 요일을 정했다.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 때 전해 들은 바로는 반에서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며 가장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 우리 아들이라는 말에 엄마로서 뿌듯하긴 했다. 그리고 바쁜 내 오전 스케줄 중에 아이가 공공도서관에서 대출을 예약했거나 읽고 싶은 책을 빌려다 주는 일 또한 포함되어있다. 이게 은근히 귀찮은 게 내 나름대로 계획된 일이 있거나 다른 스케줄이 잡혀있는 날에 예약도서 찾아가라는 문자가 도서관에서 오면 그날은 발바닥에 불나도록 왔다 갔다 해야 한다. 하지만 엄마로서 사주지는 못할망정 다른 것도 아니고책 빌리는 것까지 귀찮아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 주변 사람들은 애가 책도 알아서 잘 읽으니 얼마나 좋냐며 우리 애는 책은 거들떠도 안 본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엄마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독서 자기 주도 습관을 만들어주는 건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주 양육자의 행동 패턴을 모방하면서 성장한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도 분명 우리 아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테지만, 꼭 엄마가 키우지 않더라도 주 양육자가 책을 가까이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따라 하기 마련이다. 나는아들이어릴 때는 항상 아이를 옆에 끼고 책을 읽어줬지만한글을 익혀 혼자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애가 책을 읽을 때 나는 옆에서 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독서시간을 늘려갔다. 당연히 커 갈수록 책 읽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고, 아이의 관심사에 따라서 독서 분야도 폭이 넓어지게 되었다.
별마당도서관 독서 강연회도 자주 가는 편이다
물론 주 양육자가 독서를 죽기보다 싫어한다거나 우리 신랑처럼 책만 보면 졸린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경우에는 아이가 책 읽는 시간만이라도 읽는 척이라도 같이 해주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제일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이에게는 책 읽으라고 잔소리하면서 부모는 옆에서 핸드폰 보거나 TV를 보는 것이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일 년에 한 번도 안 보여주는데 혼자 알아서 책을 읽는 신통방통한 아이가 될 거라고 기대하는 건 확률적으로 극히 드문 일이다.
학부모님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학원에 와서 미주알고주알 나에게 다 얘기하고, 나 또한 아이들 편에서 아이들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이다.
'선생님 우리 엄만 엄청 웃겨요. 엄만 하루 종일 집에서 핸드폰만 보고 있으면서 나한테는 맨날 공부하고 책 읽으래요.'
'맞아요, 우리 엄마도 똑같아요'
내가 우리 반 학생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고자질(?)이다. 엄마들도 반성 좀 하셔야 하는 게 본인은 하루 종일 핸드폰으로 유튜브 보고 게임하면서 애들한테 핸드폰 하지 말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애나 어른이나 놀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다. 애가 책 안 읽고 공부 안 한다고 나무랄게 아니라 가정에서 책을 읽는 환경부터 만들어주는 게 우선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