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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고따뜻한일상 Jun 17. 2024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지붕 마감은 무얼로 하면 좋을까요.

후드둑 소리에 눈을 뜬다. 조용한 아침 누워서 듣는 빗소리는 좋다. 바깥은  오고 추운데 나는 따뜻하고 안전한 느낌, 빗소리 자체도 좋지만 이기적 안도감이  좋음을 거든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이유가 없는 아이들 방학. 느긋하게  시간을 즐겨보기로 한다.


우리 집은 빗소리가 잘 들린다. 집 주변이 밭과 한적한 도로인 이유도 있지만 지붕이 징크여서 그렇다. 설계 막바지에 지붕 마감재를 고민했다. 기와보다 심플한 징크가 맘에 들었다. 설계사무소에서는 징크로 마감할 경우 빗소리가 크게 들리는 단점이 있다고 만류했었다. 빗소리가 잘 들린다면 장점인데요! 지붕자재 선택은 수월했다.

(지붕 마감재 선택은 수월했지만 색상은 어렵게 결정했다. 블랙이 아닌 짙은 그레이 컬러의 우리 집 지붕)


일층부터 이층까지 골조가 만들어지면 벽체에 기본적인 단열, 방수 작업을 한다. 마지막 구조 작업이 서까래 올리기였는데 지붕의 짜임새까지 완성된 모습을 보면 집을 짓는 일이 실감 난다. 도면으로만 보던 납작한 사각형이 내 눈앞에 입체적인 집의 형태로 실현되는 일은 놀랍고 신기했다.


시골, 단독주택에 살면서 크게 바뀐 건 없다. 서울에서 처럼 하루 세끼 밥해 먹는 같은 삶이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바쁠 땐 밤을 새운다. 은행 대출 이자를 내고 준비가 덜 된 세 아이의 학자금과 불안정한 노후를 생각한다. 가끔은 얼마나 더 달려야 할까 막막해지기도 한다. 사는 공간을 바꾸고 오는 변화를 꼽는다면 서울에선 시각으로만 느끼던 비를 먼저 귀로 듣고 눈으로 본다는 것. 비 오는 날의 엄청난 습기를 피부로 느낀다는 것이다. 선명하게 들리는 만큼 비를 빨리 알아차리게 된다. 빗소리에는 아이들 등하교가 불편하겠네 빨래가 잘 안 마르겠네 하는 걱정이 담기기도 하고 거참 시원스럽다 하는 마음이 담길 때도 있다.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이렇게나 듣기 좋은데 빨래가 안 말라서 퀴퀴한 냄새가 나면 뭐 어떤가 다시 세탁하면 된다. 곤히 자는 막둥이 옆에 더 누워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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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BGM은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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