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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고따뜻한일상 Jul 01. 2024

쑥쑥 자라는,
아이들과 봄맞이

우리 집 인테리어는 진행형이지요.

제주는 이미 봄이다. 해가 잘 드는 곳에 쑥이 자라고 있다. 엄지와 검지로 솜털이 부드러운 쑥의 짧은 줄기를 똑 소리 나게 꺾을 때 작은 쾌감이 있다. 늦게 일어나 아침도 안 먹고 아이들과 삼십여분 어린 쑥을 뜯고 들어왔더니 배가 고프다. 쑥을 흐르는 물로 씻은 뒤 물에 담가두고 중간 크기의 고구마 한 개와 찌개 끓일 때 남겨두었던 늙은 호박을 채 썬다. 튀김가루를 찬물에 개어 쑥과 고구마, 호박을 골고루 섞는다. 프라이팬에 넉넉하게 기름을 두르고 센 불로 온도를 높인 뒤 반죽을 한 스푼씩 뭉쳐서 노릇하게 튀겨준다. 치익. 선명하고 맛있게 채소를 요리하는 즐거운 소리! 아이들에게 금방 한 튀김을 하나씩 쥐어 준다. 쑥야채 튀김은 금세 자취를 감춘다. 튀겨내는 순간 아이들이 뜨겁다고 호 불며 바삭바삭 소리 내어 맛있게 먹어준 덕이다. 이렇게 아침식사를 마무리하려는데 막내가 묻는다. 엄마 아침밥 메뉴는 뭐예요? 우리가 방금 먹은 튀김은 간식이었늬?! 나도 막내에게 되묻는다.

(정말 정말 맛있는 쑥야채 튀김은 간식일 뿐...)


아이들은  먹고 쑥쑥 자란다.  계절 입고 신으면 옷과 신발이 작아진다. 어른  명과 사춘기를 맞은  아이  명이 사는 우리 집은 일층 14(49.02), 이층은 13(46.14)으로 27평의 작은 집이다. 집은 작고 사람은 많고, 계절마다 집안 곳곳을 대청소하며 비워내야 한다.  년을 살아보니  적당한 크기라 만족한다. 청소하기 벅차지 않고 목조주택이라 겨울 난방도 효율성이 높은 편이다. 내부 인테리어는 특별할  없이 기본적인 공간을 나누는데 의미를 두었다. 전체 공간의 벽과 타일,  가구(싱크, 냉장고, 거실 테이블, 책상, 책장) 하얀색으로 통일했다. 이층은 바닥도 흰색이다. 포인트 조명을 제외하고 조명의 몰딩과 창틀도 흰색이다.  집이라 부를만하다.  필요한 책상. 침대. 옷장. 가전제품만 두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쑥쑥 자라서 신발장과 옷장은 금세  채워지고 집안이 가득  느낌이 든다. 자연스레 나눔 하고 비워내게 된다.

(이제는 봄옷과 봄 이불을 꺼내야지)


계절마다 비워내고 차곡차곡 정리하며 천천히 배운 것은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 정돈이다라는 점이다. 집안 어디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안정감을 준다. 정리한 내가 없어도 가족 모두 물건의 위치를 쉽게 알 수 있어 일상생활이 쉬워진다. 쉬운 건 편하고 시간을 절약해 주는 좋은 점이 있다. 무엇보다 정돈된 집은 쪼금 넓어 보이는 시각적 착각을 선물해 준다.


쑥튀김을 먹고 아침밥까지 배부르게 먹은 우리는 각자 옷장 서랍을 열어 옷을 정리하려 한다. 작아지고 해어진 옷, 서로 물려 입을 옷, 나눔 할 옷으로 분류하며 햇살 좋은 봄날 집콕 할 예정이다. 난 아마 이 글을 쓰고 나서 옷장으론 만족스럽지 않아 신발장과 찬장도... 열 것 같다는 무서운 예감이 든다. 봄맞이는 역시 대청소로 시작하는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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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OST

The Whole Nine Y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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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대청소의 날

일기

(Mar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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