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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고따뜻한일상 Jul 15. 2024

하늘 창, 천창

창이 많은 집이 좋아요.

天窓
채광이나 환기를 하기 위하여 지붕에 낸 창
 

막내랑 베개를 베고 거실 바닥에 누워 책을 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십여분 잤을까. 눈이 부셔 잠을 깼다. 이불 없이 바닥에 누워있어도 춥지 않은걸 보니 봄인가 보다. 창으로 보이는 하늘도 채도 높은 파아란 색이다.

(해와 구름을 집안으로 들여오는 창)


이층 거실 남쪽으로 커다란 천창이 있다. 집 짓기에서 하자가 제일 많이 생기는 부분이 화장실과 창문인데 그중 천창은 설계해 주신 분과 집을 지어준 현장 소장님이 걱정하고 말렸던 부분이다. (시공에서 염려되는 부분을 솔직히 이야기해 준 두 분께 감사한 마음이다.) 두 분이 말렸지만 나는 천창을 보란 듯이 크~게 만들었다. 실용성과 경제성을 살집에 우선한다 해놓고 천창만큼은 욕심껏 꿈꾸듯 달았다. 그래서 천창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멀리 해외에서 온 큰 천창은 고가였고, 시공도 까다로웠다. 여름엔 온실에 온 것 마냥 천창 아래 바닥은 따뜻해진다! 후회해도 늦은 일... 더운 날엔 에어컨이 필수다. 겨울철 단열에도 큰 천창은 도움이 안 된다.


제주 집 설계를 하면서 창을 낼 수 있는 면에는 모두 창을 내었다. 그것도 모자라 천창까지 내었으니 건축비는 상승했다. 창문의 크기를 작게 하거나 모양을 길게 내어 약간의 수정은 했지만 창문의 개수는 양보하지 않았다. 무슨 고집이란 말인가. 전망 좋은 창에 대한 내 욕심에 나도 놀랐다. 


사방의 창을 통해 시시각각 바깥 풍경이 집안으로 들어온다. 새벽, 아침, 한낮, 해질 무렵, 캄캄한 밤, 달이 드는 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날씨에 따라 집안의 밝기와 풍경은 달라진다. 창이 많은 집은 채광이 잘 되어 환하고 환기가 잘 되는 장점과 함께, 창틀이 많아 청소와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을 갖는다. 창은 벽체보단 아무래도 단열과 방음에 약하다. 창틀을 만들고 벽체와 빈틈없이 보강하는 모든 과정은 목수의 손을 거친다. 그래서 창이 많으면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은 상승한다. 창문과 천창은 깊이 생각해 보고 만들어야 한다는 체험을 칠 년 동안하고 있는 셈이다.

(맑은 날_눈 오는 날_눈이 녹는 날)


천창 위로 보름달이 뜰 때가 있다. 달빛으로 한밤의 거실은 은은하게 환해진다. 겨울엔 천창 위로 눈이 쌓이고 녹는다. 비 오는 날은 얼굴 위로 빗물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을 즐길 수 있으니 무얼 더 바랄까. 아이들에게 눈 오는 날이나 보름달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날엔 자꾸 묻게 된다. 천창 좋지?! 진짜 좋지? 나를 위한, 답이 정해진 질문이다.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낮잠을 자고 눈을 떴을 때 바로 하늘이 보이는, 하늘 창은 만족스럽다. 이 만족스러움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틈틈이 거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막둥이와 낮잠을 자야겠다는 게으른 다짐을 글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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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ethoven: Piano SonatasetBeethoven: Pian

(Pf.) 임현정.. 잠을 깨워주는 열정적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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