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최종회 : 우아한 중년을 위한 치밀한 돈벌이 설계
여러 정의들을 내려다보았지만, 20년째 월급쟁이를 해오고 있고, 문과를 전공한 아저씨이자, 조부모님의 유산으로 크게 변화할 것이 없는 평범한 일반인으로서 꿈꿔볼 수 있는 “우아함”이란,
1) 죽기 전까지 소박한 일상을 유지하며,
2)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을 만큼의 돈을 갖고 있으면서,
3) 적절한 도구들을 활용해 밥벌이를 하며 약간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눈을 감기 전까지 말이다.
요것들은,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촘촘하고 치밀하게 설계해 놓지 않으면 한순간이라도 무너질 수 있겠다 싶은 구석이 있고, 이것들을 잘 쌓아 놓기 위해선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루틴이 필요하겠다 싶다.
1) 소박한 일상의 유지
소박한 일상이란, 건강이 기반이 되어야겠다 생각이 드는데, 이것들은 매일매일의 루틴으로 몸의 근력을 유지하고, 유산소를 통한 심폐지구력을 높임과 동시에 지금 먹고 있는 이상지질혈증 알약의 크기가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빵, 과자, 아이스크림 섭취의 적정 수준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회사에서 일 년에 한 번씩 보내주는 건강검진도 꼼꼼하게 챙기면서!
그러면서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그래도 두어 달에 한 번은 영화나, 뮤지컬, 전시회 따위로 알량한 문화시민으로서의 품위를 좀 지켜야 할 것이고, 일 년에 한 번, 일주일 정도는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을 만큼의 소박함(?)이 나에게는 중요해 보인다. (물론 같이 사는 분과도 공감대를 이뤄야 하겠지만 서도)
뭐 한 달에 1-2권 정도 보는 책은 그것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소박한 취미이겠다. 아직은 골프에 입문을 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 퇴직하고 평일 골프를 치러 다니면, 비용이 그리 크게는 들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운동거리를 하나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음 나이를 먹어도 뭔가 고상하게 할 수 있는... 등산 말고, 뭔가가 필요해 보인다 ㅜ
2)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을 만큼의 돈은 대체 얼마인고?
작가 송길영 씨의 말을 빌자면, 지금의 40-50대들은 이른바 미정산 세대가 라고 한다. 효도는 나름대로 했으나, 효도를 받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거라는. ㅎ 뭐 효도까지는 아니어도 그 어떤 의리? 도리? 아니면 정산? 의 마음이랄까. 어찌 되었건 어떤 마음에서건 우리 세대들은 그래도 부모를 바라보는 애잔함의 시선이나 미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것을 효도라고 굳이 부르지 않아도 우린 여전히, 주기적으로, 그리고 매우 의식적으로 수행(?) 해 오고 있다.
두 아이의 학습에 들어가는 돈과 대략의 의식주로 소비되는 것들을 계산해 보자면, 월에 3백 정도? 별도의 사교육을 거의 안 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선방하고 있구나 싶기도 하다. 대략 5~6년 정도면 두 녀석 모두 20대가 되니 그때 독립을 시키고, 아내와 둘의 살림을 생각해 본다면, 국민연금 월 2백에 개인연금 2백… 이 나오면 참 좋겠다 ㅜ. 뭐 아직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곧 조금 더 정교한 돈 계산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이 된다.
3) 적절한 도구들을 활용해 밥벌이를 하며 약간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상태
대략 근근이 먹고 살 정도가 된다면, 그걸로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 뭐 수십억 혹은 수백억을 벌 팔자는 못 되는 것 같고, 지금 모아놓은 얼마 안 되는 돈을 아끼고 아끼면서, 가지고 있는 도구들을 활용해서 소일거리 하듯 먹고사는 것. 물론 아이들은 독립하고 회사를 떠나 졸업을 한상태로 가정을 해보자면 말이다. 돈도 벌고 보람도 느껴야 되기 때문에, 누군가를 좀 더 돕는 일이면 좋겠다 싶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회사 다니면서 배운 전략수립, 비전설계,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세스 구축등 같은 컨설팅 영역과 모든 영역에서의 코칭영역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미 공인된 자격증은 가지고 있으니 무면허 아닌 셈. ㅋ 거기에 더해서, 마케팅과 관련된 강의나 교육등을 더하면, 뭐 목표대로 근근이 먹고살 수는 있지 않을까.
돈이 목적이 아니라고 한다면, 좀 더 우아하고 낭만적으로 먹고살 수도 있겠구나 꿈꿔본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몇 개의 도구들, (물론 이것들은 국가가 나서서 좀 보완해 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보지만) 이런 것들로 돈이 벌리는지 슬슬 경험해 가면서, 남은 졸업준비를 성실하게 해 보는 것이 이제 나에겐 숙제가 되어 버렸다. 회사의 오너가 아니라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세금, 죽음 그리고 퇴사(=졸업).
뭐 아무리 준비한다고 한들, 충분할까 싶기도 하지만, 어차피 다가올 미래라고 한다면, 요렇게 몇 자 적어보는 것으로 정리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다 싶다.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기 때문에. 아이들도 크지만, 우리도 늙는다. 우리의 선배들도 그랬던 것처럼, 냉혹한 겨울을 맞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 안 되겠나…
그런 심정이다. :)
우아한 졸업을 위해, 이제 곧 부딪쳐 볼 시간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