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뭔가 느낌이 싸했다. 아무도 없는 거실.
22시 31분..
그렇게 늦게 온 건 아닌 거 같은데
현관에 전해지는 뭔가 건조하면서도 불길한 느낌이라니.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으려는데
주방 식탁에 불도 안켜고 앉아 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앗 뭐야, 왜 이러고 있어?
…
왜그래, 무슨 일 있어?
와서 좀 앉아봐요,
머리 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숨겨왔던 마통의 정체를 알게 된건가..
자세를 고쳐앉고, 아내가 허리를 펴더니 깊은 한숨을 쉰다.
도윤이, 학교에서 사고 쳤다.
엥? 왜,..? 도윤이가…?
큰놈은 뭐 약간은 예민한 스타일이긴 하지만, 평소에 조용하고 얌전한 편이라, 사고 쳤다는 소리가 좀 약간 놀랐다. 지 동생이라면 모를까.
학폭위가 열릴 수도 있대, 학교에서는 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뭐라고? 도윤이가 누구 때린거야?
그런건 아닌데.. 당신이 얘기좀 해봐,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건지..참..
그래, 지금 해볼게,
걔 지금 학원에서 아직 안 왔어.
아, 그런가..
무슨 요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원엘 간다고 하긴 했던 것 같다. 눈치를 보아하니 사알짝 기분이 상한 눈치인 듯. 최대한 자세를 낮춰본다. ;
근데 오빠, 요즘 너무 애들 일에 관심없는거 아냐?
어..?
이런, 화살이 왜 갑자기 나한테..
아 그런게 아니라, 새 팀으로 발령나고 아직도 상황 파악중이라, 정신이 없었네.. 미안,
하.. 참, 어디서 부터 이렇게 꼬였나 모르겠어, 설이도 요즘은 지 방에서 나오질 않아,
그래?
설이는 지금 뭐해? 내가 얘기 해볼까?
(한숨)… 설이 오늘부터 학교에서 캠프 간다 했잖아,
아참.. 그렇구나.
진짜, 오빠는 신경을 안쓰는 구나,
(이런..) 아, 그런건 아닌데..
회사 때문에 바쁜건 알겠는데, 아이들일에 신경은 좀 쓰자,
어.. 그.. 그래.
친구들이랑 스크린 골프치다 온 걸 알면 아마 날 죽이려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오싹했다. ;; 그런데 대체, 도윤이 이 새끼는 왜 안치던 사고를 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