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멀똑 May 05. 2024

중년의 즐거움이란.

ep.1

선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 요즘 어때? 

-. 뭐, 그냥저냥 버티고 있지요.

-. 허허 여전하구먼, 다음 주 화요일에 시간 좀 내봐

-. 왜요?

-. 누구 좀 소개해줄 테니, 좀 만나보라고

-. 누군데요? 

-. 뭐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하자고

-....

-. 당신한테 필요한 사람인 거 같아서 어렵게 자리 마련했으니

-. 아 그런가요,



크게 내키지 않았다. 뭐 선배는 도움이랍시고 얘기했겠지만, 난 뭔가 좀 찜찜하다. 나란 인간이 워낙 순수(?)해서 그런지, 누군가 선의를 베풀면, 감사해하면서 넙죽 받아먹는 그런 성격은 아닌 것 같다. 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이래저래 머리를 굴려본다. 


'요즘 사업이 힘든가..? 뭐가 필요한 거지..?'


생각이 생각을 낳으며, 상상이 몽글몽들 올라오는 시점, 전무님 호출로 잠시 불려 가 업무를 받아온다. 


-. 아 팀장님 또 추가 업무인가요?

-. 뭐 그렇게 됐네. 어쩌겠냐, 월급쟁이가..

-. 좀 이런 건 막아주셔야 되지 않나요, 저희도 일이 많은데..

-. 애들한테 잘 쪼개서 배분하자고

-. 이제 걔들도 일이 목까지 찾다고 난리예요, 팀장님


김 과장은 늘 투덜투덜. 뭐 하지만, 그러면서도 할 건 다 한다. 어차피 할 거면, 좀 기분 좋게 ‘예스'하면 좋겠다 싶은데, 어쩌겠나, 생긴 게 그런 것을.. 


-. 그래도 김 과장 너니깐, 이런 업무 주는 거지

-. 아 몰라요, 애들한테 팀장님이 설명해 주세요

-. 그래그래, 고생 좀 해줘


오늘따라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턱주가리를 한대 갈겨주고 싶지만. 뭐 그랬다간 나만 힘들어지니, 긴 호흡하고, 살살살 몰아가는 것으로 전략을 취해본다. ‘젠장' 지금이 대략 4시 반이니, 오늘은 대충 상황들이 정리가 된 것 같고, 모레 있을 주요 안건 회의 어젠다만 좀 점검하고 들어가야겠다. 


오늘 저녁은 어떻게 해요?


이맘때면 언제나 카톡으로 묻는 아내. 뭐, 내가 늘 챙기질 않으니, 매번 미안하긴 하지만, 참 한결같다는 생각에 고마움이 묻어난다. 그렇지만 나의 대답은..


아무래도 전무님과 저녁 먹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미안


퇴근길에 친구 놈들이랑 스크린 골프 예약을 해 둔터라.. ;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나도 살아야지. 요즘 뭐 고딩이 된 애들 때문에, 눈치가 보여서, 영 집에 있기가 편치가 않다. 늦으면 다음날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라도 떨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좀처럼 즐겁지가 않다. 


대체, 나의 즐거움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전 10화 결국은 부딪쳐 볼 일이겠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