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를 어떻게 설득하지?
회사 생활 20년 동안 수백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나를 반기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도 주저리주저리 떠들었고, 엄청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설파하기도 했다. 뭐 결과는, 좋을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고.
여하튼, 나의 직장 생활은 사적인 영역이자, 공적 영역이기도 했다. (물론, 일부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퇴직을 앞두고, 혹은 이직을 앞두고, 가족과 깊은 상의를 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어떨까,
며칠 전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아내를 떠봤다.
나, 회사를 관둬야 할 것 같은데.
왜?
그냥 뭐 이제 할 만큼 했고, 이제 곧 50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래,
그래.. 라니?
오빠가 생각이 있을 테니, 그럼 그렇게 해
아닌 이건.
쿨 한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절대 안 된다고 따져 묻는 친구의 아내들도 문제라고 생각은 들지만,
이 상황에 너무 태연하게 대답하는 아내도.. 그닥 ;
그래서 이번엔 딸에게,
저녁을 먹던 중에..
ㅇㅇ아,
왜?
아빠 회사 그만둘까?
왜?
그냥 뭐 이제 곧 50살이고,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싶어서
.. 관두고 뭐 할 건데?
내 사업을 해야지, 좀 덜 벌어도 의미 있는..
그게 뭔데?
남들을 도우면서, 같이 성장도 하고,
지금은 못해?
아니, 뭐 전혀 못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월급쟁이면, 회사에 메인 몸이니...
그래, 함 해봐,
...
걱정 안 되냐?
아빠는 잘할 거 같은데
...
결국은 모든 공은 나에게로,
다달이 감당해야 할 고정비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현금 흐름은 어느 정도 만들어야 할 거며, 지금 모아놓은 돈으로 몇 개월을 버틸 수 있을지, 등등에 대한 촘촘한 정리가 필요하겠다.
뭐, 죽기야 하겠나.
외려 더 많은 기회들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회로를 돌려봄)
언젠가 식탁에서 주주총회를 하겠지만, ㅎ
5분 만에 끝나게 되지 않을까. (결국 인생은 홀로이 뚜벅뚜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