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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멀똑 Jul 07. 2024

정리의 필요

ep.5

요는 도윤이가 친구네 부모에게 하지 말아야 할, 하면 안되는 쌍욕을 했다는 것

혼잣말이라도 욕지기를 해본적이 없는 샌님이, 쌍욕이라니. 

담임은 뭔가 구체적인 내용을 굳이 입에 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일주일간 정학. 


무려 정학이라니…하...,


아내가 친구네 부모에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는 동안 나는 물끄러미 도윤이의 얼굴만 쳐다 보았다. 


대체 왜 그런걸까.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도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평소의 아내 성격 같으면, 다짜고짜 아들놈의 뺨을 날리며 자초지종을 물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해서 였을까, 아님 그냥 그 대답을 듣는게 더 괴로울 것 같다고 생각해서 였을까. 덩달아 나도 연신 룸미러를 통해 도윤이 녀석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이 뭐랄까, 착잡함인건지 후회인건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오늘은 죄송하단 소린 듣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 같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열어본 메일은 이번 TF의 담당 명단. 대규모 프로젝트라더니, 고작 3명이다. 더구나 내가 제일 버거워 마지 않는 김과장이라니… 아 참. 이거 원… 나머지 둘은 신입사원이다. 


일단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 그걸 한번 따져보고, 아젠다도 한번 만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

아후, 팀장님 근데.. 제가 왜 여기 있는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저 강등인건가요? 

무슨 소리야, 김과장 니가 얼마나 열심인데, 

근데 왜 하필 오프라인 사업부에서 이커머스 TF인가요?

그게.. 그니깐, 회사에서도 뭔가 정예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하려다보니

(내가 뭔소릴 하는건지 나도 꼬이는 것 같다)

… 아.. 참, 모르겠네요, 그냥 제 살길 찾아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새끼는 꼭 잘나가다가 한번씩 지랄이네 이거..) 음.. 김과장, 지금은 뭐 혼란스러울 수 있겠지만, 

아뇨, 이건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구요!

그래, 뭐 회사 인사니깐, 납득이 안될 수도 있겠지. 그지만 인사는 명령이고, 우린 따를 수 밖에 없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냥 시키는대로 할게요, 열정이고 뭐고..

그래, 일단 신입둘이랑 해서 우선 아젠다좀 셋팅하고 낼모레 보고 좀 해줘


오프라인이 어려운데, 왜 이커머스에서 어떻게 답을 찾는 걸까. 그것도 전문가 집단도 아닌 우리 같은 초보들에게 대체 뭘 바라는 거지?


음, 그러니깐 몇주만 기다려주면, 외부에서 플랫폼 전문가를 영입해 올거니깐, 좀 기다려주시고, 

아 네 알겠습니다 전무님 (당신이 와서 해보쇼, 이게 되는건지…!!) 


급한 마음에 전무님에게 전화를 했더니 들려오는 건, 예상되는 답변들. 차라리 예산이라도 좀 더달라고 떼 써볼 걸 그랬다. 몇십억이라도 더 얹혀놓아야 자체 개발을 하던지 할텐데. 10억도 안되는 돈으로 대체 뭘 하라는 건지. 


‘코칭은 좀 잘 하고 있나’


눈치 없는 선배의 문자. 대꾸하기도 싫다. .. 


‘그냥 좀더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이게 나한테 필요한건지도 모르겠고, 무슨 도움이 되는것도 모르겠..’

‘아따 그놈의 생각, 그냥 일단 시작하라니깐. 밑지는 장사가 아니래도!’

‘알겠어요, 생각좀 해보고'


술 생각이 간절하지만, 도윤이 일도 있고 해서, 당분간은 자성의 모드로.. 칼퇴가 필요한 상황이겠다. 괜히 책잡히지 않으려면.. 그때 날아온 딸의 문자. 


‘아빠, 십만원만'


이건 또 뭔가.. 심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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