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뭔가 분위기가 안 좋다, 그래도 꾸역꾸역 김 과장이 나름의 아이디어를 낸 비즈니스 모델인데 ;
-. 그래서, 팝업스토어에서 온라인 구매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건가요?
-. 네, 전무님 말씀하신 대로, 지금 저희 매장은 보시다시피 쇼루밍 기능에 충실해보면 어떨까 싶은 겁니다
-. 뭐 이케아에서 말하는 쇼룸 같은?
-. 아, 네... 맞습니다, 즉시 온라인으로 구매를 하게 되면,.. 배송이랄지 추가 할인이랄지 베네핏을 제공해 줄 수 있고요, 그러니깐, 그... 추가적으로 오프로 구매하는데 따르는 주문의 시간, 불편함들을 줄여낼 수가 있을 것 같고요, 또... 그..
-. 음.. 알겠어요, 일단,
-. 아, 네네.
원래 말빨이 좋은 김 과장인데, 오늘은 생각보다 살짝 부진한 것 같아서, 지원사격을 좀 해야 할 것 같았다.
-. 저희 TF에서도 좀 더 뾰죡한 포인트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 중에 있습니다, 기존 경쟁사들의 서비스를 뛰어넘는 뭔가가 아직은 좀 부족한 게 사실이라서요,
-. 음. 박팀장님 언급대로, 뭔가 조금은 약해 보여요, 기본 서비스 모델은 좋은 것 같은데. 뭔지 그.. 한방이 없는 거 같아서.
뭐 일단은 이렇게 킥오프 미팅은 넘어간 것 같다. 음. 근데 김 과장 얼굴이 또 벌게진다. 뭔가 불만이 오르는 듯.
-. 팀장님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음. 또 불안이 엄습해 온다. 하지만 아직은 에너지가 남은 오후 3시.
-. 그래, 올라가자,
가끔 올라가는 옥상 흡연장. 담배는 안 피우지만, 김 과장은 줄담배를 즐긴다.
-. 아니, 근데 그렇게 말씀하심 안되는 거 아녜요?
-. 뭐.. 가?
-. 전무님도 크게 말씀 안 하시고, 제가 저거 작업한다고 오대리랑 며칠을 빡세게 자료 만들었는데..
-. 음.. 아니 나는 지원사격 하려고,
-. 아뇨..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만든 게 완전 엣지도 없고, 두루뭉술한 게 되어 버리잖습니까
-. (실제로는 좀 그렇게 보여 임마) 아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고 김 과장,
-. 아 저 정말 너무 힘드네요, 팀장님도 지원을 안 해주시면..
-. 아니, 왜 그렇게 삐딱하게 생각해, 그 말이 아니잖아, 이렇게 해서, 뾰족함을 더 찾겠다고 얘길 해야..
-. 팀장님은 전무님 성격 모르세요? 그렇게 얘기하심 이번 프로젝트 시작도 못해요,
-. 음..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 말고, 같이 방향을 찾아보자고,
며칠에 한 번씩 김 과장의 지랄이 오르는데, 요즘은 본인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 빈도가 조금씩 잦아지는 것 같다 ㅜ 피곤하다. 그냥 다른 데로 보내버릴까?
-. 그래서 어떻게 했음 좋겠는데?
-. 저 그냥 다른 곳으로 보내주심 안돼요? 솔직히, 저 많이 참을 만큼 했습니다 ;
-. (뭐야, 그래주면 너무 고맙지!!) 아.. 김 과장, 너무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 아뇨, 저 고민 많이 했구요, 안 들어주심 전무님한테 바로 찾아갈게요,
-. (음.. 어떻게 표정관리를 해야 하나) 아.. 참 난처하구만.. 나한테 그럼 시간을 좀 줘,
뜻하지 않은 멤버의 교체라.. 뭐 프로젝트야 어떻게든 끌고 갈 수 있으니, 이참에 김 과장이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면, 프로젝트의 몰입이 올라갈 것 같은 생각이다. 온라인 사업이야, 내부적으로 관심들이 많으니, 지원자를 한번 인사팀에 물어서 받아보면 좋겠다.
앓던 이가 빠지는 이 후련함이라니.. 김 과장, 고맙다 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