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탄력
뭉게구름 떠다니는 맑은 날, 수영장이 거울이 되어 누웠다. 바람이 잠들면 물은 춤을 멈추고 모든 걸 또렷하게 비춘다. 구름 그림자를 머금고 나무 형상을 그대로 담는다. 읽기 쉬운 마음, 쓱 훑고 간다. 의심도 왜곡도 없는 투영.
완벽한 투명 속으로 발을 들인다. 매끄럽던 수면이 깨지고, 구름은 흩어지며, 잎사귀가 일그러진다. 불현듯 들이닥친 무게. 낯선 침범. 물도 순간 당황스러웠을까. 닿으면 되돌릴 수 없는 파문일까. 이 평온을 훼손해도 괜찮은 걸까.
결국, 빨려 들어간다. 물보라가 터지고 소용돌이를 휘젓는다. 물은 부서지면서도 감싸 안는다. 밀어내지도 놓아주지도 않은 채 포용 안에서 함께 흔들린다. 장악당한다.
빠져나온다. 다시 펴진 수면. 물은 어느새 고요를 회복한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기억하지 않기로 한 것 같다. 괜한 걱정이었나. 애초부터 주저 없이 물의 탄력을 믿어도 좋았을 텐데.
비추고 깨지고
감싸안고 펴지고
또,
투영하고 침범하고
포용하고 회복하고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