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주말 저녁 8시가 다가오면 어느새 리모컨은 엄마 손에 붙어 있다. 주말 드라마는 결단코 놓칠 수 없다는 악력이다. 그렇게 틀어진 주말 드라마에는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매일 아침 가족 구성원 모두가 다정하게 둘러앉아 식사하는 것. 엄마가 좋아하는 일이 곧 나의 일이었던 시절 덕분에 드라마는 비현실적임을 일찍이 알게 됐다.
커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나는 소소한 일들을 좋아한다. 저녁에는 불이 켜지고 밥 짓는 냄새가 나는 일, 창문을 열어 두면 맞바람을 마주 들이는 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으며 감탄하는 일. 서로에게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일. 우리가 함께하는 작은 일들은 모두 나열할 수 없을 만큼 흔한 것이다. 그런데 간혹 이런 흔한 일들이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우리의 추억들이 희미해지기 전에, 글로 붙잡아두고 싶어졌다.
이제 시월도 지나간다. 누구에게는 후련한 일처럼 또 누구에게는 붙잡고 싶은 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