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인생에서 최초로 기억나는 때가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유아기 때라고 대답할 것이다.
오후 햇볕이 따스하게 쏟아지던 날 정갈하게 땋은 머리를 하고, 가장 애정 하는 멜빵 청바지를 입은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공원에 서 있다. 동화책에서만 보던 '살랑살랑'이라는 단어가 이런 것일까, 봄바람이 간드러지게 불었다. 거짓말 같지만 나는 내게 속삭이던 달큰한 봄 냄새도, 햇빛에 찡그리던 내 표정도, 잡고 있던 엄마 손의 감촉도, 반대 손에 들고 있던 나무 꼬챙이도 또렷이 기억해 낼 수 있다.
반대 손에는 토실한 닭꼬치를 쥐고 있다. 나들이할 때면 평소에 자주 먹지 못했던 외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가끔 사 먹는 외부음식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엄마 요리에서는 느끼지 못한 깊고 진한 간이랄까. 그래서 야금야금 아껴먹을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엄마는 나무 꼬챙이에 깊숙이 남아있던 닭고기를 발견하고 딸아이가 먹기 쉽도록 위로 쭉 올려주었는데, 힘 조절에 실패한 탓에 그만 닭고기가 바닥에 속절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그 허망한 장면을 목격한 나는 그저 입만 벌린 채 눈알만 굴렸다.
그렇게 운명한 닭고기는 새하얀 휴지에 덮어졌고 “아이고”하는 엄마의 손에 들려 쓰레기통으로 운반됐다.
'내 닭고기......'
'난 아직 배고픈데...... '
그를 보내야 했던 내 안에서 불씨가 일어났다. 하지만 엄마에게 화낼 수는 없었다. 새우깡 한 봉지라도 더 얻어먹기 위해서는 엄마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야 할 인생이기에. 대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입을 꾹 닫고 토라진 기분을 표출했다. 그렇다. 끝까지 나만 알아차릴 수 있는 소심한 반항이었다.
그렇게 20여 년 전, 작은 공원에서 한 여자아이의 식탐이 탄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