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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쉬땅나무 Nov 27. 2023

아쉬움 없는 여행의 끝

'누구나 한 번쯤'- 귀국+에필로그

24일 차 1/ 23





| 시작과 끝인 이스탄불 공항으로



아침부터 분주한 계획표의 마지막 장인 오늘. 익숙했던 아침을 맞이하는 루틴의 마지막 날이다

지금 있는 곳은 튀르키예의 지방도시 중 한 곳이기에 우선 근처 카이세리 공항에서 15:25에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간다 마지막까지 조식을 든든하게 챙겨주시며 조심히 돌아가라고 말씀해 주신 호텔 사장님의 미소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공항까지 가는 방법은 간단했다 셀축에 있는 동안 이동수단이 되어준 돌무쉬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근데 정확히 목적지가 공항으로 가는 돌무쉬는 없었고 중간에 잠시 정차한 뒤 가는 노선만 있었다

연신 공항으로 가는지를 기사님께 몇 번을 물은 뒤 탑승을 했다


그렇게 돌무쉬가 출발하고 약간 잠들었을까 한 1시간 좀 넘어서 갑자기 기사님이 "airport"라고 말씀하시며 돌무쉬를 세우셨다 근데 완전 자유로 같은 곳 가장자리에서 차를 세우시며 내리라고 하셨다

너무 당황해 여기가 공항이 맞냐고 하자 길 따라 걸어 들어가면 공항이 나올 거라고 했는데 그 길은 차들이 쌩쌩 달리는 누가 봐도 자유로였다


길을 알려주시고 떠난 돌무쉬 기사님. 차를 피해 갓길로 가서 지도를 검색해 보니 정말 공항이 근처이긴 했다

차도를 따라가면 된다길래 차를 피해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긴 뒤 한 10분쯤 걸었을까 입구가 눈앞에 보였다


입구를 향해 가는데 거기에 서 있던 총을 든 군인들이 우리를 불러 세우며 이리 오라고 했다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다행히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고 한국인인걸 확인하니 또 "오 코리아~~!" 이러며 반갑게 인사해 주셨다 긴장이 풀리니 친구가 그 군인 분들께 그 총이 진짜 총이냐며 묻는 것이었다

군인 분들은 그냥 시늉만 하시며 웃으셨고 무탈히 공항 입구를 통과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 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입구를 지나 공항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도를 보고 가는데 주차장만 보이고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들어가는 사람도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날씨도 푹해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며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짐이 너무 무거우니까 한 사람씩 번갈아가며 길을 찾았는데 결국 확신 없이 제일 그럴싸한 길을 택해 가보기로 했다


드디어 마주한 공항입구.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바로 패딩을 벗었다 일찍 출발했기에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비행기를 못 탈 뻔했다 공항에서 수속을 한 뒤 바로 게이트 앞으로 가 여유 있게 기다렸다 근데 탑승시간부터 조금씩 지연이 되고 탑승 후에도 이륙까지 또 지연이 되었다


(마지막이라 짐이 엄청 많아서 실제로 다른 분들이 놀라며 쳐다보기도 했다)


마음을 조리며 이륙한 비행기는 아슬아슬하게 예상 도착시간인 16:55분보다 좀 늦게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을 시작할 때 경유지로 들렸던 이스탄불 공항을 여행의 끝에도 보게 되었다

그래도 나름 적당히 여유 있게 도착해서 얼른 짐을 찾고 다시 수속을 끝내고 면세점으로 들어갔다 남은 튀르키예 돈 리라를 최대한 사용하기 위해 계산기를 써가며 이것저것 사고 나왔다

19:40 탑승시간을 위해 맞춰 나왔으나 게이트가 끝에서 끝으로 이동해야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어 갑자기 시간이 촉박해졌다 공항도 컸고 가로길이도 길어서 쉬지 않고 뛴 덕분에 간신히 탑승 마지막 줄에 합류할 수 있었다

짐을 넣으려고 위칸을 열어보니 이미 자리에 앉은 앞 뒤 좌석 분들이 우리 자리까지 짐을 다 넣어놔서 우리 짐을 넣을 자리가 없었다 간신히 가방만 넣고 패딩은 따로 들고 타야만 했다








| 한국으로



이제 진짜 집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긴 여행은 처음이었고 긴 시간만큼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그동안 길게 여행 다닐 일이 없었기에 이번 여행에서는 중간중간 손톱도 깎고 챙겨 온 것 중에 부족한 게 생겨 다시 구매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정말 여행이 끝난다는 것에 아쉬움이 없는 너무 멋진 마무리였다

그리고 비행기는 서서히 이동하며 마지막 한국으로의 이륙을 시작했다


                                                      창 밖으로 내려다 본 어느 도시의 야경


이륙 후 잠시 뒤 바로 기내식과 어메니티가 나왔다

(어메니티는 구성품도 좋았지만 파우치가 예뻤기에 아직까지도 애용하고 있다)

밤 비행기였기에 기내식을 먹은 뒤 창 밖에 보이는 수많은 별들을 보다 잠이 들었다

중간중간 잠이 깼지만 밖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더 잤을까 저 멀리 빛이 조금씩 보이더니 비행기 안에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기내식 시간에 맞춰 기가 막히게 잠에서 깼다



자고 있던 친구도 깨웠고 마지막 기내식은 아침이라 그런지 부드러운 음식으로 나왔다 터키 항공이 기내식이 맛있고 동서양 호불호 없는 메뉴들이 나오는 거 같아 모든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밥을 먹은 뒤 무료한 시간을 얼마나 보냈을까 안내방송이 나왔다

"저희 비행기는 잠시 뒤 인천 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그리고 밖으로는 반가운 한국 아파트들이 보였고 그렇게 한국에 착륙했다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보였던 건 안내판에 제일 크게 적힌 한국어였다 그리고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다며 전광판에 한복을 입은 캐릭터들이 나왔다 '아 진짜 돌아왔구나..!' 뭔가 감격스러웠다

가장 실감이 많이 난 것은 한국인들만 지나갈 수 있는 무인 수속 게이트.

사람이 많아서 수속을 위해 줄이 길게 서 있었지만 한국인들은 너무 빠르게 지나갈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수속 후 게이트로 향하는데 한쪽에서 사람들이 줄 서서 무언갈 작성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어떤 남성분이 "저 사람도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라며 다른 사람을 가리켰다

그 사람도 잡혀서 무언 갈 작성 했는데 알고 보니 다 중국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었고 코로나 때문에 증상이 있는지 등을 작성하며 열 체크도 하고 있었다

공항 직원분들도 마스크를 안 쓰고 계셨고 이때는 심각해질 줄 몰랐던 코로나의 완전 초창기 모습.

완전 마지막 막차를 타고 여행을 한 뒤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었다


 


| 집으로



귀국한 날은 설 연휴 첫날이라 공항에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집으로 가기 위해 나가야 되는데 길을 잘 몰랐지만 이곳은 한국. 너무 편안하게 표지판을 보며 찾아갔고 그렇게 공항버스를 타고 동네에 도착했다

거의 한 달 동안 함께한 친구와 잘 가라고 인사를 하며 집 앞 신호등으로 향했는데 반가운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집에 도착해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말하고 기념품들을 꺼내며 어디서 구매했고 이 과자가 맛있고 저 과자도 맛있다 라며 얘기를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여행 처음부터 함께한 또 다른 동행자, 체코에서 구매한 내 마르렌카. 이 순간을 위해 안 먹고 공기까지 빼주며 가져온 마르렌카를 제일 처음으로 맛보며 길었던 여행이 끝났다








<에필로그>







귀국 다음 날 다시 일상이 시작됐다 여행을 다녀오라며 기다려 준 알바에 다시 복귀했고 친구들을 만나며 쉬지 못했더니 감기가 너무 심하게 걸렸다 마치 코로나 증상처럼.

튀르키예 셀축에서 옆 방 중국분들이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하셨기에 코로나인가 싶어 일주일 동안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하루 쉬니까 바로 나았다


그리고 친구 생일파티 겸 유럽에 같이 다녀온 친구들과 다른 친구 두 명까지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였고 그때 비로소 빈에서 두고 왔던 마스크를 받으며 뭔가 진짜 여행이 마무리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나의 꿈이었던 끝났고 완벽하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후기) -소개 못한 마그넷들 (왼쪽 상단부터)


빈 벨베데레 궁전 기념품- 프라하 마그넷- 부다페스트 마그넷- 체스키 크룸로프 풍경 마그넷- 카파도키아 마그넷- 잘츠부르크 미라벨 정원 마그넷- 파묵칼레 마그넷


여행 첫날 프라하에서 구매한 시계탑 모형의 마그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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