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책 두터운 삶, 왜 이제야 읽었을까
1년 전 출판된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
인공지능의 엄청난 발달 속도에 내 삶 전체가 쫓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일론 머스크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고 월터 아이작슨의 책을 찾게 되었다. 표지만 보고 구매했다가 어마어마한 두께에 다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양장본이라니.
"일단 읽어보자"로 시작한 이 책은 추석 내내 나와 붙어 있었다. 95장에 이르는 스토리는 하나하나 아주 흥미로웠다. 매 장마다 놀라운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전 세계를 들썩거리게 했던 뉴스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살고 있었다. 일론 머스크에 대해 왜 이제야 알았을까. 머스크에 대한 호감은 인공지능에 대한 그의 관점을 알게 되면서 시작됐다.
오픈AI의 창업자였지만 머스크는 그곳을 떠나야 했다. 모두에게 열린 인공지능만이 인류를 보호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비영리기업으로 만든 오픈AI였지만, 이후 샘 올트먼은 빌 게이츠로부터 어마어마한 거액을 투자받는다. "오픈"AI라는 기업명이 무색해진다. 또한 구글 CEO 래리 페이지와 머스크는 절친한 사이였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견해 차이로 멀어진다. 머스크는 놀랍도록 인류애가 철저한 사람이었다.
1. 일론 머스크, 치명적인 성격
인류를 화성에 보내서 우리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겠다는 그. 평범한 성격일 리 없다. 나는 그의 모든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치명적이다. 그토록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극한에 몰면서도 주변에 늘 북적북적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세계 1위 부자가 이렇게 미친 사람이어서, 외로운 사람이어서, 극과 극을 오가는 지상 최고의 똘아이여서 덩달아 읽는 내내 신이 났다.
2. 간결함, 단순함의 극치
그가 제작하는 자동차와 로켓, 파워월 등 모든 제품, 그리고 제작을 위한 공장까지도 간결함과 단순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규정에 끝없는 의문을 제기하고, 추가해야만 할 때까지 없애고 또 없앤다. 테슬라의 멋진 자동차, 스페이스X의 위대한 로켓. 최근에 나온 사이버트럭의 미래에서 온 디자인까지. 머스크의 제품이 남다른 것엔 이유가 있다.
3. 끝까지 간다, 폭발해야 배운다.
만들고 테스트해 보고 실전에 투입한다. 로켓이 폭발되어 바다에 잔해로 떨어져도 다시 쏘아 올린다. 또 폭발한다. 전 재산을 투자하여 거지가 될 위기 앞에서도 로켓을 쏘아 올린다. 또 실패한다. 모두가 끝났다고 좌절하고 두려움에 질렸을 때, 그는 드디어 성공할 수 있겠다며 다음 발사일을 잡는다. 마침내 성공한다. 그에겐 실패란 없다. 흔해서 지겨운 말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4. 골칫덩어리 트위터, 신의 선물일까
뉴럴링크와 엑스닷에이아이 스토리를 읽고 싶었지만, 뒤로 갈수록 트위터 인수 과정이 자세히 다뤄졌다. 최근 1년 사이는 책에 없기 때문에, 당시 최신 스토리는 트위터 인수였던 듯하다. '트위터는 머스크의 놀이터 정도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자세히 다뤘지'라는 불만이 나올 즈음, 행운의 여신이 그동안 너무 고생한 머스크를 위해 우연을 가장한 위대한 선물을 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AI의 기반은 방대한 데이터다. 트위터의 데이터는 AI에 대한 고민에 밤잠을 설치는 머스크를 위한 선물이다. 전 세계를 누비는 테슬라 차들의 운전 기록이 완전한 자율 주행을 위한 기반이듯 말이다.
5. 월터 아이작슨, 3년 간의 관찰과 인터뷰
이 두꺼운 책은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3년을 머스크 가까이서 동행하며 관찰하고 주변인들을 연구하고 인터뷰한 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가 왜 월터 아이작슨이 쓴 전기만을 유일한 자서전으로 인정했는지 알 것 같다. 그는 놀랍도록 정확히 관찰하고 인물 하나하나를 입체적으로 살려낸다.
책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인물은 저마다의 신념과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멋진 사람들이다. 주인공인 일론 머스크의 상상도 할 수 없는 기행, 악담, 몰아붙임, 즉흥, 파괴의 면모를 있는 그대로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론 머스크를 이해하고 존경하고 심지어 애정하게 된다. 이제야 이 책을 읽은 것이 아쉽고 서운할 정도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다른 책들도 읽어볼 생각이다.
두꺼운 책, 두터운 삶.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한 권에 '일론 머스크'를 꼽게 될 것 같다. 읽는 내내 행복했다. 머스크의 앞길에, 그가 사랑하는 인류의 미래에, 그중 한 명인 나에게 무궁한 꽃길이 펼쳐지길 기도한다.
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지음 / 안진환 옮김
21세기북스
By 강 성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