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이해되는 순간

축구하면서 달라진 점 <땀, 찬물, 뭐든 발로 하기>

by 끼우

초등학교 시절 땀 흘리고 안 씻는 남자애들이 싫었다. 나는 좀처럼 땀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축구 후 온몸에서 비가 내린다. 1년 동안 축구에 익숙한 몸이 되었다. 집에서 청소만 해도 땀이 흥건해졌다. 땀구멍이 열린 것이다. 피부에 트러블이 없던 편인데 얼굴에도 땀구멍은 커져서 한두 개씩 무언가가 나기 시작했고, 그것을 짜고 나면 거대한 것이 나와 깜짝 놀라기도 했다.



진작에 축구를 배웠어야 했다


헬스, 필라테스, 요가는 해봤었다. 내 목적은 항상 체력 증진이었다. 하지만 깨작거려서인지 체력이 좋아지지 않았다. 축구를 해보니 알았다. 이제껏 진짜 운동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던 것이다.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릴 정도의 운동을 38년간 해본 적이 없었다. 땀이 나지 않는 체질은 없었다. 이렇게 재밌는 축구를 이제 알게 된 것도 아쉬웠다. 초등학교 때 알았어도 나도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누비고 다녔을 텐데. 김혼비 작가님 말처럼 여자는 남자에게만 거의 허락되는 운동장이라는 삶을 살지 않았는가.



땀 흘리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같이 축구하는 회원 중 하나는 “이제 하다못해 무릎에도 땀이나”라고 말했다. 그리고 남편이 땀 냄새를 싫어해서 차량 실내 방향제를 꽂아둔다고 나에게도 하나 선물 해줬다. 저녁축구 때 보면 머리 위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뛰는 회원이었다. 서로 그 모습을 보며 마구 웃는다. 땀을 많이 흘리는 기쁨이 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아드레날린이 마음마저 폭발시키는가 보다. 땀이 나는 상태를 즐기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엔 사우나에서도 버틸 수 있다. 이제는 운동하고 땀이 안 나는 상태가 도리어 싫어졌다.



운동 후 맥주는 진리


땀을 흘리면 찬물이 맛있다. 얼음물이 없으면 못 살겠고 이온 음료라면 더없이 행복하다. 찬물을 못 먹던 내가 이제는 찾아 헤맨다. 또 박카스, 비타500, 미에로화이바 등등의 피로회복제 역시 없어서 못 먹는다. 비록 소변이 진해질지라도. 저녁 축구를 하고 나면 9시에 먹는 늦은 저녁에도 맥주를 마시면 가슴까지 뻥 뚫리는 느낌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진리다. 맥주를 먹는 배가 진리를 따라서 점점 늘어난다.

아이들에게도 축구를 배우기 전에는 찬물을 먹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알아서 이온 음료까지 얼려간다. “엄마도 축구 배우니까 차가운 게 당기지? 거봐.” 아이들과도 운동을 공유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깊어져 좋았다.



쩍벌남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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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두꺼워진 허벅지가 자꾸 달라붙어 땀이 났다. 의자에 앉아 반바지를 입은 나는 다리를 쩍 벌리고 있었다. 남편이 한숨을 쉬며 자기가 축구를 시켜서 어쩔 수 없단다. 그리고 남편은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지하철의 쩍벌남을 조금은 이해했다.



뭐든 발로 하는 거


축구하면서 달라진 또 하나는 발가락과 발을 집에서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최근 지소연의 인터뷰집 <너의 꿈이 될게> 책에서도 그랬다.

“Q : 축구선수는 어떤 직업병이 있나요?
지소연 : 뭐든 발로 하는 거요. 불을 꺼야 할 때 휴지로 차서 벽면의 스위치를 끈다거나 핸드폰 떨어져도 발로 잡는다거나.”

나도 청소할 때 집에 굴러다니는 여러 가지의 공들을 발로 차서 장난감 방으로 보낸다. 발을 들여다보니 발에 실핏줄이 늘었다. 그래서 발의 움직임이 정교해졌나 싶었다.

이제는 가족여행을 가도 몸이 으스러지고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없다. 아이들과 수영장에서 6시간을 놀아도 힘들지 않았다. 체력 증진에 성공했다!



축구하기 참 잘했다.


+ 감기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첫째가 처음 걸리더니 둘째와 저에게 옮겼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축구 수업도 어제는 몸살감기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둘째와 엄마와 겔겔되며 하루종일 게임하는 어제였습니다. 그 덕에 애증의 왕눈 젤다의 끝이 조금은 보입니다.

이번 주 목요일은 독서회가 있어서 화요일로 당겨 씁니다. 부족하지만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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