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5 축구하다가 탕후루가 왜 나와?
“선배 마라탕 사주세요.
선배 혹시 탕후루도 같이?
그럼 제가 선배맘에 탕탕 후루후루
탕탕탕 후루루루루내맘이 단짠단짠”
우리 집 애들이 부른 유행가가 뇌리를 스쳤다.
옆에 있던 내 롤모델 선배 언니가 감독님이 들리지 않는 소리로 말했다.
‘엥?? 무슨 말이던가. 축구하다가 탕후루가 왜 나와?’
“슈팅할 때 공을 땅으로 깔아 찹니다!!”
감독님의 지적이 더위와 함께 증폭됨에 따라 우리는 조용하게 서로 외쳤다.
여름 축구장에서는 얼음물은 생명줄과 같았다. 꽁꽁 얼어붙은 물도 햇볕에 1시간이면 녹았다. 어김없이 무더위는 좀처럼 감독님의 기분까지 가만두지 않았다.
슈팅 연습 시간. 축구를 모르는 시절에는 뻥하고 차서 높게 떠서 그물을 흔드는 모습이 멋졌다. 힘의 세기가 느껴졌고 슈팅은 저렇게 하는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축구를 배우고 나니까 달랐다. 슈팅은 골키퍼가 잡을 수 없는 높이에 때려 넣어야 했다. 골키퍼의 무릎부터 발까지의 높이로 한쪽 구석에 몰아넣으라는 감독님의 공략법을 익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공을 바닥에 붙여 깔아 차는 일이 어려웠다. 나의 공은 뻥뻥 골키퍼가 막을 수 있는 딱 좋은 위치인 가운데로 정확히 날아갔다.
내 머릿속은 뒤죽박죽 글자가 오버랩되었다.
선배 땅으루 차주세요.
그럼 제가 선배 골대에 땅땅 우루우루
땅땅땅으로로로로로
내 맘이 벌렁벌렁
쓸데없는 잡념이 나를 사로잡았고 여전히 슈팅초보라 골키퍼 언니는 내 볼을 잡지도 않고 발로 빵 차 내버린다. 다른 사람들의 슈팅 자세를 더 관찰하기로 했다.
달려가다가 공을 달라고 소리친다. 공과 만나기 세, 네 발짝 뒤부터는 속력을 더 높인다. 속력을 줄이지 않은 채로 달리다 치는 순간 디딤발을 맞춘다. 차는 발의 발등이나 발 인사이드에 공을 댄다. 공이 맞는 순간에는 팔과 다리 동작의 궤적이 크게 스윙한다. 때리는 순간에 힘을 싣는다.
그렇게 된다면 공은 땅으루!
들어가는 상상을 해본다.